2023/05 12

시인의 가난 (2023년 5월 4일)

'가난한 시인'이란 말은 있어도 '부유한 시인'이란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시를 쓰는 사람들 중에도 부자가 있고 시집이 잘 팔려 부자가 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은 아주 소수입니다. 시를 쓰는 사람은 대개 현실적으로 무능하여 궁핍한 생활을 한다는 게 사회적 통념입니다. 시인의 가난은 아마도 '시'에 내재하는 즉흥성이나 자발성과 깊은 관계가 있을 겁니다. '시'는 현실적 계산이 없는 마음, 혹은 그런 계산을 하지 못하는 마음에서 어느 순간 일어나는 '발로'의 기록이거나 그런 마음에 예고 없이 찾아 오는 천둥 번개나 봄비 같은 것이니까요. 그게 무슨 말이냐, 시 쓰는 법도 배우고 가르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시 작법을 배워 쓰는 시보다는 '시는 시인이 쓰는 글이며, 시..

동행 2023.05.04

노년일기 162: 그의 한마디 (2023년 5월 2일)

저의 무능함을 높이 산 사람들이 저를 우리 아파트 회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숫자, 특히 돈에 관해 문외한인데다 어떤 사안 앞에서도 재지 않고 떠오르는 대로 반응하는 저의 '투명'함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는 본디 이런 사람으로 살아왔고 세상살이에서 이것은 약점이지 장점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숫자가 잔뜩 적힌 문서 앞에서 망연할 때, 우연히 이 사실을 알고 멀리서 수양딸이 보내준 짧은 문자가 저를 위로합니다. "또 공덕을 쌓으시겠네용ㅋ 아파트 사람들은 좋겠어요^^ 무리하지만 마세요~ㅎ"

나의 이야기 2023.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