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얻고 또 돈을 빌려 집을 샀습니다. 그리곤 제법 열심히, 즉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참고 하면서 간신히 은행 빚을 갚았습니다. 다 갚고 보니 저는 젊지 않았습니다. 가끔 거울 속 흰머리를 빗으며 '그래도 빚이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갚지 못한 빚이 제 키보다 높이 쌓여 있었습니다. 봄이 끝나갈 땐 봄에 받은 사랑 빚을 갚지 못하고 여름을 맞으니 어쩌나 했는데 서늘한 바람이 아침을 가르니 이 한 해 동안 받은 사랑도 또 갚지 못하겠구나... 절망하게 됩니다. 전에는 '빚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빛이구나' 생각한 적도 있지만 이젠 '아무리 해도 이 生에서 진 빚을 갚지 못하고 가겠구나'하는 생각이 드니 나이와 함께 늘어나는 건 부끄러움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