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추석 새벽엔 비 뒤로 숨었던 달이 오늘 새벽엔 환히 가을 오는 길을 밝히고 있습니다. 달을 올려다보며 두 손을 마주잡고 갖가지 고통으로 신음하는 사람들과 살아가느라 애쓰는 모든 동행들을 생각하니 눈이 젖습니다.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과 알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든 동행들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시옵소서...' 간절히 기도합니다. 어제 본 풍경이 떠오릅니다. 어머니댁에 가며 본 사람들, 나무들, 길에 떨어져 구르던 푸르고 붉은 감들, 검은 개, 어머니댁에서 만난 가족들 -- 아흔 넘은 어머니부터 태어난 지 한 달을 갓 넘긴 아기까지 --, 돌아오는 길에 올려다 본 파란 하늘 흰 구름, 길가의 꽃들과 그들을 흔들던 맑은 바람, 호기심 가득한 고양이의 눈, 과자 부스러기를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