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빅토르 최의 '혈액형' (2012년 7월 29일)

divicom 2012. 7. 29. 11:26

오늘 아침 교통방송 '즐거운 산책' 시간에는 빅토르 최의 노래 '혈액형'을 틀어드렸습니다. 아시다시피 빅토르 최는 한국계 러시아인 로커입니다. 러시아가 지금의 러시아가 되기 전인 소비에트연방 시절 자유를 구가하며 저항을 촉구하는 음악으로 젊은이들의 우상이 되었었지요. 그가 이끌던 '키노 밴드'는 '키노마니아'들을 양산하기도 했습니다. 1990년 할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에서 공연하기로 했으나 의문의 교통사고로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습니다. 겨우 우리 나이로 스물 아홉에. 


올해는 그가 태어난 지 50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는 가고 없어도 그의 노래는 여전히 러시아인들과 자유와 평화를 추구하는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즐거운 산책' 시간에는 시간관계상 다 들려 드리지 못했지만 꼭 한 번 그의 노래를 음미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래의 우리말 가사는 오마이뉴스 블로그 '내 마음 속의 굴렁쇠'에서 빌어왔습니다.



혈액형


우리의 발자국을 기다리는 따뜻한 곳.

군화에 내려앉은 별빛 먼지.

푹신한 의자, 바둑무늬의 담요,

제 때 당기지 못한 방아쇠.

눈부시게 빛나는 꿈속의 햇살어린 하루.


소매에 쓰여진 혈액형,

소매에 쓰여진 나의 군번,

내가 전투에서 살아남기를 기원해다오. 기원해다오.

홀로 숲 속에 남지 않도록,

홀로 숲 속에 남지 않도록,

건투를 빌어다오. 빌어다오.


이길 수 있다 해도 나는 온갖 희생을 치르고 얻는

승리를 원치 않아요.

나는 그 누구의 가슴에도 군화발을 내리치고 싶지 않아요.

나는 너와 함께 살아남기를 원해요.

너와 함께 살아남기만을 바랄 뿐이예요.

하지만 하늘의 별이 나를 전쟁터로 이끌고 있어요.


소매에 쓰여진 혈액형,

소매에 쓰여진 나의 군번,

내가 전투에서 살아남기를 기원해다오. 기원해다오.

홀로 숲 속에 남지 않도록,

홀로 숲 속에 남지 않도록,

건투를 빌어다오. 빌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