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편지 (2011년 11월 17일)

divicom 2011. 11. 17. 18:25

오래 가지고 있던 시집 한 권을 이번에 대학에 입학한 젊은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합니다. 저를 떠나 제 친구에게 가게 된 시집, 떠나가는 친구가 가슴에 품고 있는 '편지'를 읽습니다. 대학생이 되는 친구가 예전의 일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렵게 얻은 자유를 생애가 끝나는 날까지 놓치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과거를 너무 빨리 잊어 과거의 오류를 되풀이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 친구가 살아가는 내내 이 시집이 그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친구가 되길 바랍니다. 천상병 시집 <귀천>... 젊은이에게 선물하기엔 너무 '늙은' 시집 같지만 늙지 않는 젊은이는 없으니 언젠가는 그에게 꼭 맞춤한 선물이 되겠지요. 시 '편지' 전문입니다. 경주야, 대학생이 되는 걸 다시 한 번 축하해!

 

 

편지

 

점심을 얻어먹고 배부른 내가

배고팠던 나에게 편지를 쓴다.

 

옛날에도 더러 있었던 일,

그다지 섭섭하진 않겠지?

 

때론 호사로운 적도 없지 않았다.

그걸 잊지 말아주기 바란다.

 

내일을 믿다가

이십 년!

 

배부른 내가

그걸 잊을까 걱정이 되어서

나는

자네한테 편지를 쓴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