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 (2011년 11월 7일)

divicom 2011. 11. 7. 09:07

조금 전 경향신문 인터넷판에서 지난 달 미국 방문 때 이명박 대통령이 의회와 상공회의소 등에서 행한 연설을 미국 로비업체가 초안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주미 한국대사관이 유명인사 연설문 작성 전문회사인 '웨스트 윙 라이터스 (West Wing Writers)'에 의뢰해 이 대통령의 연설문 초안을 잡고 수정했으며 이를 위해 4만6500달러(한화 약 5천 백만원)를 지불했다는 겁니다. 이 사실은 웨스트 윙 라이터스가 주미 한국대사관과의 계약서를 외국로비공개법에 따라 신고함으로써 알려졌다고 합니다.

웨스트 윙 라이터스는 9월22일 주미 한국대사관에 보낸 첫 번째 계약서에서 이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전에 미국 청중에 대한 전략적 조언과 분석을 제공하고 이 대통령의 상공회의소 연설 초안을 만들겠다며 상공회의소 연설문 초안 작성 및 수정 비용으로 1만달러를 책정했다고 합니다.

 

아래에 있는 영어 문서는 경향신문이 미 법무부 홈페이지를 캡처해 올린 것입니다. 국빈방문 연설에서는 백악관 잔디밭에 도착해서 하는 연설, 국무부 오찬 때 하는 연설, 백악관 국빈만찬에서 하는 연설 등 3가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의회 및 국빈방문 관련 비용은 3만6500달러로 돼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방미 시 연설에서 큰 박수를 자주 받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미국 기관이 미국 사람들이 좋아할 얘기를 써주었으니 그 연설을 들은 미국인들이 박수를 친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방문 때 대통령 연설은 우리가 쓴 것"이라고 말하고, "대통령 연설문을 작성할 때에는 여러 곳에서 초안을 받아, 연설비서관이 초안들을 갖고 최종 연설문을 쓴다"며 "주미 한국대사관이 그런 계약에 기초해 초안을 우리에게 보내왔는지 확인 중"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만일 청와대가 모르는 일을 주미 한국대사관이 했다면 놀라운 일입니다. 그렇게 담대한 외교관이 아직 남아 있다니 말입니다. 대통령의 연설문은 단순한 연설문이 아닙니다. 대통령의 비전과 정책이 담긴 글입니다. 한 나라의 미래가 담긴 글입니다. 그런 글을 미국 회사에 맡겨 쓰게 하고 우리 대통령이 그것을 미국 사람들에게 읽어주었다니, 이 대통령은 정말 '우리 대통령'일까요, 어느 나라 대통령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