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김제동이 가는 길 (2011년 10월 30일)

divicom 2011. 10. 30. 10:10

방송인 김제동 씨가 엊그제 상반신을 드러낸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서울시장 선거 전에 투표율이 50퍼센트를 넘으면 "삼각산 사모바위 앞에서 윗옷벗고 인증샷 한 번 날리겠습니다.”라고 공약했던 것을 일부(?) 실천한 것입니다. 투표율이 48.6퍼센트에 그쳐 상반신도 48.6퍼센트만 드러낸다고 했다니 어떤 경우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 김제동 씨답습니다. 상반신 사진을 본 사람들 중엔 '의외의 근육질 몸매'라고 평한 분들이 있다는데 제가 보아도 근육질입니다. 그만하니까 벗겠다고 한 것이겠지요?

 

제동씨는 또 27일 자신이 출간한 인터뷰집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의 인세 7천만원을 자신이 만든 '환상의 짝궁' 기금으로 써달라며 아름다운재단에 전달했습니다. 제동씨는 작년 7월 MBC '환상의 짝꿍'에서 하차하며 6천만원으로 그 프로그램 이름을 딴 '환상의 짝꿍' 기금을 만들어 어린이들을 위한 캠프 지원사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연합뉴스의 고현실 기자가 아름다운재단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인터뷰를 했더니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기부가 아니라 원래 있었던 자리로 돌려놓는 겁니다. 전액 기부한다는 전제로 책을 펴냈기 때문에 독자들도 그 점을 생각하고 사셨을 듯해요... 이렇게 많이 팔릴 줄 알았으면 전액이란 말은 안했을 텐데."

 

제동씨의 웹사이트 (www.kimjedong.co.kr)에 나온 프로필을 보니 그는 '공익성과 재미'를 추구하는 방송인이라고 합니다. 그가 하는 말과 행동 속엔 늘 그가 추구하는 두 가지 가치가 들어 있습니다. 그는 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각 대학의 축제와 오리엔테이션에 강사나 진행자로 활약하다가 2002년 KBS의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고 합니다. 당시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지켜볼 만한 친구로구나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의 팬카페에 가입하진 않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의 팬으로서 그를 지켜 보려 합니다. 저보다 스무 살이나 아래이지만 그는 제 친구입니다. 만나본 적 없어도 친구가 될 수 있다면 말입니다. 박원순 씨가 서울시장에 당선된 후 제동씨는 자신이 지금까지는 원순씨의 지지자였지만 이제부터는 '적'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원순씨가 어떻게 공직을 수행하는지 시민의 편에 서서 지켜보겠다는 것이지요.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것을 보면 그는 속이 꽉 찬 사람입니다. 누가 뮈라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로 가는 사람입니다. 앞으로도 그를 응원하겠습니다. 아래에 연합뉴스 인터뷰 내용 일부를 옯겨 둡니다.


김제동이 이날 전달한 금액은 아름다운재단 인세 기부액 중 가장 많다. 김제동은 앞으로 나올 인터뷰집 후속 시리즈의 인세도 기부할 뜻을 밝혔다.

"같이 기부에 동참하고 책을 사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려요. 사실 오늘 일은 인터뷰를 허락해주고 책에 실리게 해주신 분들이 하신 겁니다. 재단은 인세 정산이 계속 될 테니까 알아서 돈 가지고 가세요.(웃음)"
그의 궁극적인 꿈은 대안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숨결학교'라는 이름도 미리 지어놓았다.

"아이들을 위한 캠프를 해보고 아이들이 언제 가장 즐거워하는가, 언제 가장 자유로워하는가를 보고 난 뒤 제대로 된 숨결학교 1호를 만들고 싶어요. 아이들이 성적 때문에 목숨을 버릴 정도까지 몰아부친다는 것은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아이들을 진짜 행복하게 만드는 게 뭔지 고민할 시점이 된 거 같아요."

 

그가 꼽은 나눔활동의 원동력은 미안함이다.
"제 미안함을 덜어내려는 자위가 제일 커요. 제가 이뤄놓은 것들은 알게 모르게 사람들이 도운 겁니다. 우리는 늘 연결돼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한 곳에서 과잉이 일어나면 반드시 반대편에는 결핍이 있다고 봐요. 저는 부가 편중돼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솔직히 저한테는 더 편중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웃음) 그런 욕심이 과해지면 독이 된다는 걸 깨닫게 되니까 이런 일들을 하면서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것 같아요."


그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알게 해서 함께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앞으로 3천만원 이상 넘어가는 돈은 반드시 알리고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반값 등록금 요구 시위에 동참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식에 참여하는 그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연예인은 시민이 가지고 있는 직업입니다. 시민이 직업인 사람은 없어요. 연예인이 왜 그런 일을 하느냐고 하는 분들의 말씀을 귀담아 듣되 그분들 마음대로 살지는 않을 겁니다. 제 인생이니까요. 저는 다만 (시민으로서) 상식과 몰상식의 차원에서 그런 일에 참여하는 겁니다. 등록금 시위에 참여한 이유는 학생들의 요구가 상식적이기 때문이죠. 제발 공부 좀 하게 해달라고 하는건데."

"저는 소득기준으로 봤을 때 소위 상위 1%에 들겠죠. 어떤 이들은 위선이 아니냐고 해요. 그렇지만 내꺼 가지고 잘 먹고 잘 살면 아무 소리 안 하는 게 더 나쁜 것 아닌가요. 1% 임에도 99%의 아픔에 조금이라도 동참하고자 노력하는 걸 가식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전 연예인이고 사회자라 제가 말하면 어찌됐든 전달이 돼요. 그런데 힘없는 사람들한테는 그렇게 말할 기회가 없어요. 저는 그런 분들께 마이크를 대드리는 일을 하고 싶어요."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지자로 알려진 그는 "박원순 변호사를 좋아한다"며 "그렇지만 당선이 됐으면 감시와 비판을 받아야 한다. 시장도 시민과 토론하고 싸울 수 있어야 한다"고 조심스런 당부를 했다. 선거운동 당시 박원순 후보의 멘토단 가입을 거부한 것에 대해 "내가 무슨 멘토를 하겠냐며 못한다고 했다"며 "그러니까 오히려 내 의견을 더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었다"고 했다.

2009년 KBS '도전! 골든벨'에서 갑작스럽게 하차하면서 방송 퇴출 논란에 휩싸였던 그는 방송활동이 뜸한 사이 토크 콘서트를 통해 대중들과 직접 만났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꾸준히 출연하며 방송감각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활발한 사회활동으로 인해 방송활동에 제약을 받는 연예인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된다. "풍자는 풍자로, 비판은 비판으로, 농담은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치적 성향을 갖고 지지하는 사람을 갖는 게 뭐가 그렇게 큰 죄인지 모르겠어요."

 

활발한 사회참여 활동은 그에게 단순한 연예인이 아닌, 사회활동가의 이미지를 부여했다. 그는 "자꾸 그렇게 되니 코미디를 못하게 된다. 자꾸 시사 프로에서만 연락이 온다"며 농 섞인 투정을 부렸다. "'나는 꼼수다'에서조차 색깔이 확실하다면서 거부당했어요. 저를 보면 희한하게 뭔가 떠오르나봐요.(웃음) 물론 그럴 수 있어요. 그렇지만 누구를 지지하고 지지하지 않고는 권리잖아요. 상대 권리가 침해되는 걸 지켜보고 있으면 내 권리가 침해당할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