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자영업의 몰락 (2011년 8월 17일)

divicom 2011. 8. 17. 08:26

저희집에서 조금 걸어 내려가면 대학교가 있습니다. 학교로 가는 길가엔 분식집이 죽 늘어서 있습니다. 이름만 다를 뿐 똑같은 메뉴를 팝니다. 그 뒷길엔 치킨집과 삼겹살집이 무성합니다. 비가 와서 씻어낼 때를 제외하곤 그 기리에선 늘 기름 냄새와 고기 타는 냄새가 납니다.

 

그 길 한쪽에 오래된 철물점이 있었습니다. 고깃집들 사이에서 지친 눈이 철물점 밖에 걸린 빗자루와 집기들에 위로받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철물점이 사라지고 대대적인 공사가 벌어졌습니다. 황토색 벽엔 여러 개의 창문이 뚫리고 지붕도 그럴싸하게 올렸습니다. 소위 전통 주점이 생기려나보다 생각했습니다.

 

마침내 간판이 걸렸습니다. 또 하나의 치킨집! 엄청난 돈을 들여 멋내어 지은 집이 또 하나의 치킨집이라니. 주인에겐 미안하지만 한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특별한 치킨을 팔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주변에 널린 게 치킨집이니까요.

 

오늘 아침 인터넷 조선일보엔 자영업자 얘기가 실렸습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적정 수준을 훨씬 넘어 2007년 말 현재 자영업자 수가 전체 취업자의 31.8퍼센트인데, 이는 OECD 국가 평균 16.1퍼센트의 두 배에 가깝다고 합니다. 창업을 했다가 실패하는 사례도 많아 2008년의 경우 창업한 사람이 101만명, 폐업한 사람이 79만명이었다고 합니다.

 

소득도 형편없어 작년에 소상공인진흥원 조사에서 월평균 순이익이 100만원도 안 된다고 응답한 사람이 57.6퍼센트나 되었다고 합니다. 전체 자영업자 572만명 중 100만원도 못 버는 '허울만 사장'인 사람이 300만명이 넘고 순익이 없거나 적자를 보고 있다는 사람도 전체의 26.8퍼센트, '고객 수가 계속 줄어든다'고 답한 사람도 70.3퍼센트였다고 합니다.

 

월평균 매출액이 400만원도 안 된다고 응답한 사람이 58.4퍼센트이니 우리나라 자영업자 10명 중 6명은 매월 400만원어치도 팔지 못하고 월수입은 100만원도 안 되는 사실상의 빈곤층이라고 합니다. IMF 외환위기 때 실직한 봉급생활자들이 대거 창업을 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자가 급증했으나 경쟁에서 낙오한 자영업자들이 늘면서 중산층이 줄어들고 빈곤층이 두꺼워졌다고 합니다. 이들은 이제 고용시장은 물론 경제성장, 복지 시스템의 최대 불안요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특정 상권의 같은 업종에 지나치게 많은 자영업자들이 몰려드는 것을 방지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내 돈 가지고 내가 하는데 누가 뭐라고 하느냐'며 치킨집들 사이에 또 하나의 치킨집을 여는 사람을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자영업을 시작하는 분들이 시선을 멀리, 널리 두고 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를, 그 사업의 성공으로 안정과 보람을 얻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