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부모는 모른다 (2011년 7월 26일)

divicom 2011. 7. 26. 12:16

오늘 아침 신문에서 노르웨이 테러범의 아버지 얘기를 읽었습니다. 외교관으로 일하다 은퇴한 옌스 브레이빅은 인터넷 뉴스에서 아들인 안드레스 베링 브레이빅의 이름과 사진을 보고 '매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서른 둘의 아들 브레이빅이 일으킨 연쇄 테러로 인해 90여 명이 사망했으니까요.

 

브레이빅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가 한 살 때 이혼했으며, 그는 어머니와 노르웨이에서 살며 방학 때엔 외국에 있는 아버지를 만나기도 했으나 15살 때인 1995년 이후 연락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브레이빅은 평범하나 사람들과 말을 잘하지 않는 아이였다고 합니다. 


브레이빅은 아버지에 대해 심한 분노를 느껴왔고 그가 인터넷에 올린 무수한 글에도 그런 감정이 드러나 있다고 합니다. 그는 어머니와는 가까운 관계였지만 자유방임적인 어머니의 가정교육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고 합니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브레이빅의 아버지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다고 말하고,  아들과 접촉하거나 노르웨이로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신문엔 또 지난 토요일 런던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팝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 (Amy Winehouse)의 어머니 얘기가 실려 있습니다. 그녀는 선데이 미러(The Sunday Mirror)와의 인터뷰에서 딸이 숨지기 전날 집으로 찾아가 만났는데 "그 아인 정신이 나간 듯했다 (She seemed out of it.)"며 딸이 죽는 것은 "시간문제였다(only a matter of time)"고 말했습니다.

 

와인하우스는 겨우 27세입니다. 2003년 데뷔 앨범 '프랭크(Frank)'로 주목받기 시작한 이래, 2006년 발표한 '백 투 블랙(Back to Black)'으로 2008년 올해의 노래 등 5개 부문에서 그래미상을 수상했으나 끊임없이 마약, 폭력, 음주 등으로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지난 6월에는 유럽 순회공연의 개막지인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 공연에서 술에 취해 1시간가량 늦게 무대에 나타나 비난을 받았습니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와인하우스가 '27세 클럽'에 가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27세 클럽'은 록그룹에서 활동하던 음악인들이 27세에 사망한 경우가 많아서 나온 용어라고 합니
다. 1994년 권총으로 자살한 그룹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 1971년 마약 과용으로 사망한 록그룹 도어스의 리더 짐 모리슨, 1970년 사망한 여성 로커 제니스 조플린 등이 멤버라고 합니다. 

 

저는 유명한 음악인도 아무 것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지만 이십대와 삼십대를 살아내긴 힘들었습니다.

부모는 자녀를 잘 키우려 애쓰지만 부모는 자식을 모릅니다. 27세, 32세의 젊은이가 부모의 힘겨움을 모르듯 부모는 27세, 32세의 고독과 절망을 모릅니다.

 

살아가는 일은 27세에게나 57세에게나 힘겨운 일입니다. 27세와 57세가 각자의 외로움과 절망을 넘어 자연사에 이르도록 살아내려면 가끔 마음을 터놓고 서로의 외로움과 절망에 대해 얘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들이 자살했어야 하며 아들을 만날 생각이 없다고 말한 브레이빅의 아버지, 딸이 죽는 것이 시간문제임을 알고 있었으나 막지 못한 와인하우스의 어머니... 부모가 무엇이며 자식이 무엇인지,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녕 없는 것인지, 있다면 무엇인지... 하늘도 마음도 엉킨 실타래 같은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