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등병 쇼 (2011년 7월 22일)

divicom 2011. 7. 22. 21:55

어제 제대 군인 두 명과 텔레비전을 보는데 육군 20사단 신임 장교 여섯 명이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신병교육대에서 이등병 노릇을 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실소를 터뜨렸고 군대에 갔다 온 아들 덕에 이등병 생활을 좀 아는 저도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세상에선 네티즌들이 와글와글한다고 합니다. 고작 3박4일의 이등병 노릇은 요즘 부쩍 불거지고 있는 병영생활의 문제점들을 잠재우기 위한 '쇼'일뿐이라는 겁니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 가족이나 친구를 군대에 보내본 사람은 누구나 진짜 이등병 생활은 3박4일이 지나야 시작된다는 것을 압니다. 이등병이 받는 처우를 알고 싶으면 적어도 몇 달 동안, 새로운 이등병이 올 때까지는 있어보아야 합니다.

 

병영에서 일어난 총기사건을 계기로 병영문화를 바꾼다며 선임 병사가 후임 병사에게 지시하는 일을 없앤다고 합니다. 모르면 배워야 하고 가르쳐줘야 하는데 가르쳤다가 지시한 것으로 오해받아 피해 보는 선임병들이 나올 지도 모릅니다.

 

군대에 다녀온 친구들은 병영 문화를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훈련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고된 훈련을 함께 하다 보면 저절로 전우애가 생긴다는 것이지요. 병영생활을 편하게 해준다고 훈련을 가볍게 하는 것은 문화를 바꾸는 대신 정신을 해이하게 한다고도 합니다. 

 

3박4일 동안 이등병 '쇼'를 벌인 장교들이 앞으로 이등병들에게 '나도 이등병 노릇 해봐서 아는데...'하는 말이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쇼'가 얼마나 많은 현직, 전직 사병들의 실소를 자아냈는지, 모든 장교들과 정부 관리들이 꼭 깨달았으면, 그래서 다시는 이런 식의 '장난'을 벌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