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근처에서 15년 간 직장생활을 했지만 그 근처가 물바다가 된 적은 없었습니다. 광화문광장을 만든다고 오래된 나무들을 다 뽑아버려 그렇겠지 생각했는데, 오늘에야 한 가지 더 큰 이유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방재전문가인 조원철 연세대학교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에 따르면 광화문 물난리는 청계천 때문입니다. 청계천 공사를 하면서 주변 하수관로들을 모두 청계천으로 집중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조 교수는 오늘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광화문이 지난해 9월 20일 문제되고 어제도 문제가 됐는데, 여전히 광화문으로 모든 물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전에 광화문에서 물난리가 난 적이 없었던 이유는 그때는 물을 분산시키던 자연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인데 지금은 “모든 하수관로를 청계천 중심으로 집중시켜 버렸다”는 지적입니다. 경복궁 동쪽 삼청동 계곡의 물, 서쪽 인왕산의 물, 사직공원 쪽의 물이 전부 광화문으로 내려와 모이는데, 물을 모으는 배수계획은 안 된다는 겁니다. 도시계획하는 사람들이 평면계획만 하고 재해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곳곳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게 조 교수의 주장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광화문 광장을 만들면서 가로수를 모두 뽑아내고 돌로 포장해 물이 땅으로 빠져들 공간이 적어진 것도 물난리의 원인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조 교수는 “(공간이) 적어진 게 아니라 전혀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서울시가 지난해 추석 때 홍수를 겪은 후 배수시설을 증가시키는 공사를 해왔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대형 배수관로 설계를 이제야 마감해 가는 단계이며 아직 착공도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습니다. 이제 재앙의 원인을 알았으니 원인을 해결하면 되겠지만 글쎄요... 땅 위로 보이는 일이 아니고 땅 아래 길을 정리하는 일이니 외양만을 좇는 서울시와 정부가 발 벗고 나설지 참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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