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책 읽는 여인 (2011년 4월 29일)

divicom 2011. 4. 29. 07:28

박홍순 선생의 책 <미술관 옆 인문학>에는 박수근, 고야 등 동서양의 보물이라할 수많은 그림이 나오지만 그 중에서도 저는 윤덕희의 '책 읽는 여인'에 끌립니다. 우리나라 전통 회화에서 여성은 미인도나 풍속화에 등장할 뿐이어서 책 읽는 여인을 찾아보기는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윤덕희는 윤두서의 아들이며 윤두서는 윤선도의 아들이니, 윤덕희는 윤선도의 손자입니다. 18년을 유배지에서 보낸 윤선도는 죽기 전에 '중앙 정계에 진출하지 마라. 혹 인연이 닿아서 벼슬길에 오르더라도 그 자리에 연연하지 마라'라는 말을 남겼고, 그의 자손들은 권력을 멀리 하고 문인 화가로 활동했다고 합니다.

 

윤씨네는 박학다식의 가통을 이어가 집안이 온갖 책으로 가득해 도서관을 방불케했다고 하니 그 집안의 여성들에겐 책을 읽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고, 그렇게 해서 조선 시대를 통틀어 찾기 힘든 '책 읽는 여인'이 그려지게 되었을 거라고 합니다. 

 

저자는 "여자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인류의 역사에서 보면 단지 여가 활용이나 지식의 충족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여성이 책을 읽는 행위의 역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성 권력에 대한 저항의 역사이자 독립적인 주체로서 여성이 자립해가는 역사이기도 했다."고 쓰고, 프랑스의 지성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인용합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여성이 '제 2의 성'을 넘어 '제3의 성' 자유로운 휴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먼에서 휴먼으로>라는 제목의 책을 이달 초에 출간했습니다. '앎' 혹은 '깨달음' 없이는 자유도 없음을 생각할 때 '책 읽는 여인'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읽고 읽은 대로 살려는 여인이 많아지면 세상의 악화도 막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