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제법 거센 서울 거리를 걷다가, 옛집을 헐어내고 하늘로 솟은 유리 건물을 올려다 보다가 문득 서울에서 보낸 2만여 일을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몰라도 저는 서울살이가 참 힘듭니다. 흐린 하늘도, 찡그린 얼굴들도, 하늘을 가리고 선 건물들도, 모두 서울살이를 힘들게 합니다. 시인 장정일에게도 서울은 힘든 곳이었나 봅니다. 그의 시 '서울에서 보낸 3주일'을 보면 그렇습니다. 그 시의 일부를 같은 제목의 시집에서 옮겨왔습니다.
서울에서 보낸 3주일
1
다른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것을
소유하고 있지 못하면, 금새 외로와지는 서울.
2
그 욕망의 용광로 속에 짐을 풀고 창 밖을 내다본다.
(중략)
12
낯선 여자와 잔다. 서울이 아니었다면 참을 수 있었을 것을......
13
...... 비에 젖은 서울의 쌍판은 마스카라 번진 창부 얼굴 같구나.
(중략)
그리고 손털고 떠난다. 서울이여 안녕, 시나리오여 안녕.
너희들은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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