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군자란 (2011년 3월 11일)

divicom 2011. 3. 11. 07:59

우리집 봄은 군자란으로 옵니다. 지난 주 제법 햇살이 따뜻한 날 베란다의 화분들을 들여다보다 군자란의 푸른 잎들 사이에 수줍게 솟은 꽃 봉오리들을 보았습니다. 얼마나 반갑고 기쁜지 한참 동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꽃 기르기에 무지한데다 게을러 잘 돌보지도 못하고 가끔 햇빛 오는 방향으로 화분을 돌려주는 게 고작이었는데, 겹겹이 포개진 연두 봉오리들이 고마운 만큼 미안하고 안쓰러웠습니다. 지난 겨울 추위가 매서웠지만 화분들이 무거워 들여놓지도 못했습니다. 죽지 않고 푸르게 살아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꽃까지 맺다니요!

 

머지 않아 주홍 꽃들이 활짝 피어나면 베란다가 불을 켜지 않아도 환해질 겁니다. 그러면 작년 봄부터 제 컴퓨터 바탕화면에서 웃고 있는 꽃들을 새로 핀 꽃들로 바꾸게 되겠지요. 소리없이 제 할 일을 하여 세상 한쪽을 밝히는 군자란, 그 꽃을 닮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