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한국일보는 삼류 주간지 같았습니다. 1면에 실린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ㆍ33)씨의 사진 때문입니다. 상하이 주재 한국 총영사관의 영사 3명이 이 여성과 친분 혹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자료를 유출했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여성의 얼굴이 아니고, 우리나라 정부를 대표해 외국에 나가 있는 관리들이 특정인과 사적인 관계를 갖고 비자를 발급해주거나 자료를 유출했다는 사실인데, 한국일보 1면엔 그녀의 얼굴 사진이 제 손바닥을 활짝 펼친 것보다 크게 실렸습니다. 언론의 선정적 태도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21세기에 들어선 지 11년이나 되었는데도 이런 짓을 하는가 생각하니 참으로 한심합니다.
또 하나 한심한 것은 관련 부처들의 태도입니다. 총리실, 법무부, 외교부, 지식경제부 등은 지난 연말 영사 3명이 덩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제보를 받았지만 불륜 경위 파악에 초점을 맞춰, 기밀 유출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국일보와 마찬가지로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는 처사입니다.
공무원이든 누구든 사적인 관계를 가질 수는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건 그 사적인 관계가 공적인 일에 영향을 줄 때입니다. 세 명의 영사가 덩씨와 연애를 했든, 한 여성을 두고 세 명의 남자가 피투성이가 되게 싸웠든, 그런 문제가 공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사적인 문제로 끝났다면 언론에 오르내릴 필요조차 없을 것입니다. 물론 세 영사의 부인들이 간통죄로 각자의 남편과 그 여성을 고소했다면 모르지만요.
인터넷에 보니 이 사건을 이런 식으로 다룬 언론사는 한국일보만이 아닙니다. '이 미모의 불륜 유부녀' '영사들은 유부녀 놓고 싸웠다' '한국판 색계 덩' '덩의 남자 약속 어기면 손가락 잘라드리겠다 서약'... 이 사건이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준 언론의 선정성, 정부의 무지, 한심하고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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