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자 한겨레신문 29면에서 꼬불꼬불한 긴 머리를 묶고 양복을 입은 청년의 흑백사진을 보았습니다. 공구 비슷한 것을 든 채 웃고 있는데 그 웃음이 좋아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는 26세의 조엘 새들러(Joel Sadler), 사회적 기업 리모션 디자인(re:motion designs)의 공동창립자이자 대표입니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스탠퍼드대 대학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인데 언제나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는 2008년에 플라스틱·볼트·너트·베어링만으로 조립하여 20달러면 만들 수 있는 ‘자이푸르무릎’을 발명했고, 이 무릎은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09년 최고의 발명품 50에 선정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보통 인공무릎관절은 400달러에서 1만달러나 된다고 합니다.
그가 '자이푸르무릎'을 발명하게 된 건 자신이 나고 자란 자메이카의 가난한 사람들이 비싼 인공관절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라고 합니다. 그는 필요한 장애인들에게 자이푸르무릎을 나눠주고, 지속적으로 품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을 설립했다고 합니다.
“절단장애인의 80%가 개도국과 최빈국의 가난한 사람들로, 누구보다 의족이 정말 필요하지만, 이윤을 내는 데만 관심이 있는 기업은 값싼 의족을 만들 생각이 없는 거예요.” 올해 세계 소셜벤처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그는 ‘제2회 아시아 사회적 기업 활동가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합니다.
그는 2008년 오토바이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17세의 카말에게 의족을 주어 짚고 다니던 대나무를 던져버리고 걷게 한 순간이 가장 행복하고도 슬펐다고 합니다. “제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게, 그들의 삶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죠.” 하지만 “한 사람이 걸을 수 있도록 돕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죠... 아직도 2000만명의 절단장애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걸을 수 있는 카말을 보는 게 슬펐어요.” 그때의 마음이 '리모션 디자인'의 창업으로 이어졌고 이 기업은 “카말처럼 웃음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제공해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는 기치 아래 활동하고 있습니다.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조엘의 패기를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스펙을 쌓아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좋은 스펙의 배우자를 만나 편히 사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는 대신 '인류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는 패기 말입니다. 조엘 새들러 덕에 오랜만에 웃었습니다. 조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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