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템브리니는 또한 그의 할아버지가 일생에 단 한 번, 그것도 장년기 초에 마음 속 깊이 행복을 느낀 일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파리의 7월혁명 때였는데, 그때 그의 할아버지는, 인류가 이 파리의 3일간을 천지창조의 6일간과 함께 비교할 날이 머지 않아 도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는 것이다.
그 얘기에 한스 카스토르프는 무의식적으로 테이블을 치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파리 시민이 새로운 제도를 만든 1830년 여름의 3일간을 신께서 땅과 물을 가르고 영원의 별, 꽃, 나무, 새, 물고기, 그 밖의 일체의 생물을 창조하신 저 6일간과 같은 위치로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해괴한 처사라고 생각했다"
--토마스 만의 <마의 산>에서 인용.
사람들이 성장을 하고 교회로 절로 향하는 일요일 아침 문득 토마스 만의 '패기'를 생각합니다. 인간의 혁명과 신의 천지창조를 같은 반열에 놓은 패기이지요. 그는 여러 작품을 썼지만 그가 1929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데는 1924년에 발표한 <마의 산>에서 보여준 패기가 큰 몫을 했을 겁니다.
지금 우리나라엔 패기 대신 치기, 열기, 독기가 흘러넘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사랑'을 으뜸으로 삼아야 할 기독교 신자들이 절 마당에 들어가 찬송가를 부른 행위는 예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을 슬프게 합니다. 저는 기독교 신자도 아니고 불교 신자도 아니지만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신 예수님과 부처님을 닮으려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부디 오늘 전국의 교회가 이 치기어린 행위를 부끄러워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랍니다. 그들은 우리 교회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이라고 외면하지 말고, 왜 이런 신자들이 나오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절 마당엔 이교의 신도까지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데, 왜 신교 교회들의 문은 굳게 잠그어두는 것인지, 그것이 모든 '수고하고 짐 진 자들'을 부르신 예수의 음성에 부합하는 것인지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내일은 11월 초하루, 제가 제일 좋아하는 11월의 스산함이 세상의 모든 신자와 비신자들의 열기를 가라앉혀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불러오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7월 혁명(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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