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바로는 가장 불행한 부부는 대화가 단절되어 부부싸움도 하지 않고 잘못을 묵과해버리는 것이고, 두번째 불행한 부부는 자주 싸우면서 사는 부부이고, 끝으로 가장 이상적인 부부는 항상 평화롭고 대화가 많고 농담이 오가는 사이다.
행복한 부부가 되기 위해서는,
첫째, 남자는 모든 면에서 자기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 되라.
둘째, 여자는 무서운 여자가 되지 말고 부드럽고 감미로운 사람이 되라.
셋째, 부부 중 외부활동과 생활을 책임진 쪽을 위로하라!"
--김경남 자서전 <홀로 걸어온 길, 함께 가야할 길>에서 인용.
이 책은 1994년 저자가 칠순을 맞아 출간한 자서전입니다. 위 부분을 인용하게 된 이유는 행복한 부부가 되기 위한 셋째 조건, "부부 중 외부활동과 생활을 책임진 쪽을 위로하라!" 때문입니다. 요즘도 가끔 결혼하면서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들을 만납니다. 직장생활이 힘드니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림을 하겠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런 여성들이 머지않아 '밖에서 돈을 버는 일'의 힘겨움을 잊고, 그 일을 하는 사람을 '위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느끼는 권태가 바깥 일의 힘겨움을 능가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밖에서 돈을 버는 일'과 살림, 두 가지를 다 해본 제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면, 세상을 생존과 생활을 위한 '싸움터'라고 할 때, '밖에서 돈을 버는 일'은 전방에서 싸우는 것이고 '집에서 살림'하는 것은 후방에서 견디는 것입니다.
남녀의 평등을 원하는 여성이라면 최소한 자기 자신은 먹여 살릴 수 있어야 하고, 그럴 필요가 없을 때조차 '무엇을 해야 먹고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합니다.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림을 한다면 살림이 자신의 '직업'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의식 없이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편히 사는' 여성은 남편에게 '기생'하며, 스스로 선택한 '노예상태'에서 행복하거나 불행한 사람으로 살게 됩니다.
남편이 자의나 타의로 직장을 그만둘 때, '그럼 이제 어떻게 사느냐'고 탄식하는 대신 '그동안 애썼으니 쉬어라. 이제 내가 할 일을 찾아보겠다'고 말하는 여성들이 많아져야 진정한 의미의 남녀평등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동안 살림만 해왔는데, 내가 이제 와서 무엇을 해?'하고 묻는다면 그 여성은 살림도 잘하지 못한 것입니다. 살림을 직업으로 생각하고 살아온 주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많습니다. 예를 들어 반찬을 잘 만드는 주부는 반찬을 만들어 팔 수 있고, 청소와 정리를 잘하는 사람은 가사 도우미를 할 수도 있습니다.
부디 자립으로 자유로워지는 여성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남성은 여성을 위로하고 여성은 남성을 위로하는 세상이 어서 오기를 바랍니다.
(제가 위에서 사용한 '기생' '노예상태' 등의 단어가 과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시몬느 드 보봐르의 <제2의 성>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 단어들은 그 책에서 빌어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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