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고학년 아이의 어머니에게서 놀라운
얘기를 들었습니다. 체육시간에 아이들이 운동장에
나가 뛰는 대신 교실에서 '오목'을 두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둑돌을 갖고 노는 오목이 '체육'이 될 수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느냐고 물으니,
어떤 아이의 어머니가 교감에게 전화해서 자기 아이가
햇볕에 약하니 체육을 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아이가 있으면 그 아이는 그늘에 있게 하고, 다른
아이들은 햇살을 쬐며 '체육'이 뜻하는 대로 '신체 활동에
의한 건강의 유지와 증진, 체력 향상을 도모' 하면 될 텐데,
왜 다른 아이들까지 체육을 하지 못하게 한 걸까요?
그 어머니가 그렇게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할 때, 왜 교감은
그 요구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대신 체육을 오목으로 바꾸게
했을까요?
얼마 전에는 대학 교수에게서 비슷하게 놀라운 말을
들었습니다. 대학교 3학년 여학생의 어머니가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 아이의 학점이 나쁘게 나왔으니 좋게
해달라고 우는 소리를 하더라는 겁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어떤 부모는 아들의 상관에게 전화해서
자기 아들이 벌레를 무서워하니 밖에 있지 않게 해달라고
했고, 어떤 부모는 자기 아들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니
늦잠을 자게 해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어리석은 부모들의 행태는 참으로 다양하고, 어리석음의
정도 또한 놀라우리만치 심각합니다. 이 부모들은 자신들이
자녀들보다 먼저 죽을 거라는 것, 자녀들이 결국은 스스로
알아서 살아야 할 때가 온다는 것, 그래서 아이가 부모 없이도
잘 살 수 있게 키우는 부모가 가장 좋은 부모라는 걸 모르는
걸까요? 아니면 자기 자녀들이 죽을 때까지 '보호'하다가
그들을 편안한 무덤에 안치한 후 죽기로 결심한 걸까요?
지금 제가 살고 있는 곳이 인간의 사회일까요? 아니면 인간인
척하는 하등 동물의 소굴일까요? 제 나이가 적지 않아 이런
사람들과 함께 살 시간이 길지 않을 거라는 걸 감사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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