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쓸 도라지의 껍질을 벗기다 보니
껍질을 벗겨서 파는 하얀 도라지가 왜 비싼지
알 것 같습니다. 작은 옹이 박힌 도라지의
살이 다치지 않게 얇은 껍질을 벗기는 게
영 쉽지 않습니다.
마침내 하얘진 도라지와, 얼마 전에 쓰고
남은 중국산 도라지를 함께 씻어 소금물에
담급니다.
국산 도라지보다 훨씬 싼 중국산 도라지도
누군가가 껍질을 벗겨내어 하얀 몸이
되었을 겁니다. 힘든 일이지만 도라지 껍질
벗기는 일에 고임금을 줄 리는 없으니 젊은
남성 노동자 대신 저처럼 나이 든 중국 여성들이
벗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도에서 온 파를 다듬으며 진도 흙 냄새를
맡고 진도 농부의 손을 생각하듯, 도라지 껍질을
벗기며 도라지를 키운 땅과 여인들의 손을
생각합니다. 국산 도라지나 중국 도라지나
도라지는 도라지이고 땅은 땅, 손은 손입니다.
중국 여인을 생각하다 보니 베이징국제도서전
참가 중 베이징 프린트 가게에서 만났던
지에 허 씨가 떠오릅니다. 영국에 유학 갔다
돌아온 당일 그 가게에 들른 아름다운 그녀에게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연락도
끊겼지만 감사한 마음은 그대로입니다. 사람들이
중국과 중국인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할 때 쉽게
동의할 수 없는 이유도 그녀와, 그때 중국에서
경험했던 멋진 일들 때문입니다.
군자는 모으고 소인은 나눈다더니, 나라마다
소인배들이 지도자 노릇을 하며 인류를 가르고
있습니다. 이번 추석 명절엔 인류의 화합을 위해
기도하고 맛있는 도라지 나물을 먹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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