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닮은 꼴, 남북한 (2010년 10월 12일)

divicom 2010. 10. 12. 19:31

정부가 10일 사망한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고 국립현충원에 안장하려 한다고 합니다. 국민훈장 무궁화장은 정치·경제·사회·교육·학술 분야에서 국민의 복지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훈장으로 국민훈장 중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입니다. 황장엽 씨가 어떤 기여를 했기에 이런 훈장을 준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현충원 안장도 그렇습니다. 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을 지낸 사람 또는 전몰·순직한 군인·경찰·소방공무원, 국장 또는 국민장으로 장의된 사람 혹은 국민훈장을 받은 사람이 묻히는 곳이 현충원입니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 황씨의 빈소를 찾아 훈장을 전달한 건 아마 황씨를 현충원에 안장하기 위한 절차이겠지요.

 

불공정이 판치는 우리 사회에서 상벌이 공정성을 잃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평생 북한에서 주체사상의 토대를 마련하고 독재 정권을 옹호하다가 1997년 일흔다섯 나이에 남한으로 망명한 사람에게 국민훈장 중의 국민훈장을 준 이유를 납득할 국민이 몇이나 될까요?

 

오마이뉴스는 12일 정부가 황씨를 극진히 예우하는 것과 북한 정부가 1986년 월북한 최덕신 전 외무장관을 융숭히 대접한 것이 매우 닮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최씨는 박정희 정권에서 외무부 장관, 서독 대사, 공화당 대통령선대위 고문 등을 지낸 후 월북했는데, 그가 1989년에 사망하자 북한이 그를 애국열사릉에 안치했다는 겁니다.

 

평생 남북한의 교류와 통일을 위해 몸 바치긴커녕, 자신이 터 잡은 한반도의 반쪽에서 실컷 호강하며 권력을 누리다가 일흔 넘어 변절하여 다른 반쪽으로 이주한 사람에게, 훈장은 무엇이며 ‘애국열사’는 무엇입니까?

 

한국은 북한과 마찬가지로 한반도의 절반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쌍둥이 동생처럼 처신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존경의 대상이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정부가 앞장서 무궁화를 조롱거리로 만들진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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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경향신문 인터넷판에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황장엽씨 현충원 안장 관련 여론조사 결과가 실렸습니다. ‘찬성’ 40.6퍼센트, ‘반대’ 36.3퍼센트이고, 23.1퍼센트는 ‘모름/무응답’으로 답했다고 합니다. 연령대별 시각차가 뚜렷해서, 20대의 57.7퍼센트, 30대의 45.1퍼센트가 안장을 반대하여 찬성 의견(20대 22.2%, 30대 34.1%)을 크게 앞섰으나, 40대와 50대 이상에서는 찬성이 훨씬 많았다고 합니다. (40대 45.5%-36.0%, 50대 이상 50.6%-19.9%). 이 결과를 기준으로 보면 저는 젊은 세대에 가깝군요.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