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성균관 스캔들 (2010년 10월 18일)

divicom 2010. 10. 18. 09:00

제 블로그를 방문하신 '나그네 알바트로스'님이 댓글을 통해 영화 <울지마 톤즈>를 보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보지 못한 영화라 우선 찾아보니 아프리카 수단에서 그곳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다 돌아가신 이태석 신부님의 생을 다룬 다큐멘터리라고 합니다. 마침 CGV 불광에서 하고 있다기에 시내에서 볼 일을 보고 그리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는 낯익은 서대문 로터리를 지나 독립문으로 접어듭니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막내 동생의 집이 지척입니다. 영화 시작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생각을 하며 얼른 뛰어 내립니다. 지하도를 건너니 영천시장입니다. 오래된 시장다운 정겨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과일 가게에서 예쁜 홍옥 몇 알과 토마토 한 팩을 사들고 동생네 집으로 갑니다.

 

요즘은 '계획' 또는 '예약'한 후 행동해야 교양 있다는 말을 듣는데 불쑥 찾아갔으니, 21세기에 19세기 식으로 행동한 것이지요. 동생이 없으면 문 앞에 홍옥과 토마토를 내려놓고 오리라, 최악의 상황을 준비합니다. 다행히 동생은 집에 있을 뿐만 아니라, 아주 반갑게 맞아줍니다.

 

<울지마 톤즈>를 보러 가다 들렀다고 하니 <땡큐, 마스터 킴>도 꼭 보라고 합니다. 호주의 유명한 재즈 드러머가 한국의 무형문화재가 하는 연주를 듣고 감동하여 '마스터 킴'을 찾아 가는 여정을 그린 다큐멘터리라고 합니다. 동생은 문화 예술 모든 장르의 흐름을 꿰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가 추천하는 영화나 책을 보면 결코 실망하는 법이 없습니다.

 

영화 이야기를 하다 보니 텔리비전 드라마 얘기도 하게 됩니다.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드라마가 아주 재미있다고 꼭 보라고 합니다. 역사를 공부한 동생이 보기에도 역사를 많이 아는 사람이 쓴 드라마일 뿐만 아니라, 출연진의 풋풋한 아름다움이 시종일관 보는 이를 미소 짓게 한다는 겁니다. 저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잘 보지 않습니다. 얼굴을 고쳐 무서워진 배우들이 자주 나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생이 이렇게 칭찬하니 이 드라마는 꼭 보아야겠습니다.

 

잠깐 만난 것 같은데 해가 졌습니다. 영천시장 떡볶이집에서 튀김과 떡볶이를 먹고, 동생이 싸주는 몸에 좋은 것을 받아들고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오릅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땡큐, 마스터 킴>에 대해 알아봅니다. 알면 알수록 꼭 봐야 하는 영화입니다. 상영하는 극장을 찾아봅니다. 하나도 없습니다. 내일 모레 신세계 백화점에서 '공동체 상영회'를 한다는데, 그건 신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니 저는 가볼 수가 업습니다.

 

게으름으로 인한 정보의 부재 덕에 꼭 봐야 할 영화를 놓치게 된 겁니다. 부디 어느 극장에서든 꼭 다시 한 번 상영했으면 좋겠습니다. 정 안 되면 디브이디(DVD)로라도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다행히 <울지마 톤즈>는 아직 하고 있으니 하루빨리 보러 가야겠습니다. <울지마 톤즈>를 보는 사람은 누구나 울게 된다니 그 영화를 보고 울고 <성균관 스캔들>을 보고 웃어야겠습니다. 역시 동생은 제게 도움이 되는 사람입니다. 저도 그에게 도움이 된 적이 있을까요? 이런... 고개가 좌우로 흔들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