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언어를 수단으로 합니다.
장애로 인해 언어로 대화할 수 없거나 언어가 달라
대화가 불가능할 때를 빼면, 사람의 품격과 손발의
움직임은 반비례하는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런 풍조는 근래 들어 바뀌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나 연예인들은 극적 효과를 위해 손발을
사용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조차
잦은 움직임이 품격을 올려 주는 일은 드뭅니다.
오늘 글의 제목인 '옥순현숙 대화법'은 '거의 쉬지
않고 양손을 움직이며 하는 대화'를 뜻하는 것으로
제가 이름 붙였습니다.
'옥순'과 '현숙'은 TV에서 방영되는 짝짓기 프로그램
'나는 솔로'에 나오는 캐릭터들 이름인데, 요즘
두 이름으로 나오는 여성들이 얘기하는 것을 보면
끝없는 손짓 때문에 머리가 아픕니다. 그들의
대화법이 거슬리면 채널을 돌릴 수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지요.
그런 사람들은 TV 속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엊그제는
직접 만나고 말았습니다. 카페의 옆자리에 앉은
두 여성 중 대화를 독점하던 사람이 바로 '옥순현숙
대화법'을 쓰는 겁니다. 어찌나 정신이 없는지 보던 책을
덮고 서둘러 카페를 벗어났습니다.
이 대화법을 사용하는 세 여인의 공통점은 모두 3,40대의
아이 엄마들이라는 겁니다. 엄마가 저렇게 손을 흔들며
얘기하면 아이들이 따라하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습니다.
TV 속에도 카페에도 다른 또래 여성들과 아이 엄마들이
있었지만 '옥순현숙 대화법'을 쓰는 건 그들뿐이니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수어를 하는 것도 아닌데 심하게 끝없이 손을 흔드는 데는
무언가 심리적 요인이 있을 겁니다. 평소에 대화할 기회가
별로 없다가 기회가 오니 반가워서 그럴까요? 손을 흔들지
않고 얘기하면 상대가 집중해 듣지 않아서일까요? 날고
싶은데 날 수 없어 손이라도 흔드는 걸까요?
언젠가 족집게 오은영 박사님이 이 문제의 답을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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