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노년일기 159: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년 4월 3일)

divicom 2023. 4. 3. 11:03

몸과 마음이 고단해 거짓말 하나도 못하고

만우절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아플 때조차 웃지 않고 보내는

날은 없으니까요.

 

가을부터 줄곧 무덤처럼 침묵했던 꽃나무들이

색색의 꽃을 피웁니다. 꺽다리 토마토 나무엔

그새 더 많은 열매가 열렸습니다. 자스민의

보라꽃이 하얗게 변하며 온 집안을 절간으로

만듭니다.

 

모든 것... 모든 흉한 것들과 소음과 어리석은

소치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아름답지만,

사는 데 바쁜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을 보지 못합니다.

 

지난 3월 6일 노년일기에 인용했던 손턴 와일더의

<우리 읍내>, 그곳에서 잠시 살아있는 사람들의

세상을 방문한 죽은 에밀리가 탄식하는 이유입니다.

 

"Oh, earth, you're too wonderful for anybody to

realize you."

"오, 세상이여, 너는 너무도 아름다워 아무도 너를

알아보지 못하는구나."

 

눈물을 흘리며 에밀리는 무대감독에게 묻습니다.

"Do any human beings ever realize life while

they live it?--every, every minute?"

"살아가는 동안 매 순간 인생을 음미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나요?"

 

무대감독은 '없다'고 하고는 곧  말을 잇습니다.

"The saints and poets, maybe--they do some."

"성인들과 시인들은 그러기도 해."

 

인간은 누구나 성인과 시인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삶은 아름답다는 걸

깨달을 수 있습니다. 전력을 다해 피어나는 봄꽃들이

우리의 각성에 기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