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노년일기 153: 시가 있어 '봄' (2023년 2월 24일)

divicom 2023. 2. 24. 11:34

젊은 시절엔 화 내는 일이 잦았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상했습니다. 일엔 게으르면서 사교엔 부지런한

사람들도 이상했습니다. 타인이 무심코 뱉은 말에

상처를 입을 때도 있었습니다. 잠자리에 누우면

그런 일들이 잠을 방해했습니다.

 

나이 덕을 보아서인지 화 내는 일이 줄었습니다.

내가 볼 때 '당연히' 해야 할 일이 다른 사람에겐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세상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만큼 사교에

부지런한 사람도 필요함을 알았습니다.

남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의 말과 행동은 그 사람

본인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일 뿐 나와는 상관없음도

알았습니다.

 

그래도 누군가로 인해 우울한 기분이 들 땐

시를 읽습니다. 로버트 브라우닝 (Robert Browning:

1812-1889)의 시극 (verse drama) '피파의 산책 (Pippa

Passes)' 1막 '아침 (Morning)' 같은 시를.

 

The year's at the spring

And day's at the morn;

Morning's at seven;

The hill-side's dew-pearled;

The lark's on the wing;

The snail's on the thorn;

God's in his heaven--

All's right with the world!

 

계절은 봄

시간은 아침

아침 중에도 일곱 시

언덕 기슭엔 진주 이슬

종달새는 하늘을 날고

달팽이는 가시나무 위에

하느님은 천국에 계시니--

모든 것이 제대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