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넘은 어머니를 만나 점심 먹고 차 마시다
보면 '했던 말씀 또 하시네!'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전에는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놓곤 했는데
요즘엔 그러지 않습니다. 했던 말씀을 반복하셔도
좋으니 앞으로도 쭉 지금처럼 만날 수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며칠 전엔 우연히 집어든 류시화 씨의 책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에
나오는 그랙 맥도널드의 글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엄마, 그 얘긴 한 삼백 번 하셨는데'
했던 걸 반성했습니다.
75세 노인이 쓴 산상수훈
내 굼뜬 발걸음과 떨리는 손을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그의 말을 알아듣기 위해 내 귀가 얼마나
긴장해야 하는가를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중략)
오늘 내가 물컵을 엎질렀을 때
별일 아닌 걸로 여겨준 자에게 복이 있나니,
(중략)
나더러 그 얘긴 오늘만도 두 번이나 하는 거라고
핀잔 주지 않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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