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노년일기 154: 사랑받는 노인, 사랑을 잃는 노인 (2023년 3월 1일)

divicom 2023. 3. 1. 20:55

이틀 후 어머니의 생신을 앞두고

아들딸들과 배우자들이 어머니와

점심을 함께합니다.

젊은이는 하나도 없는 식탁, 가장

어린 사람도 예순이 넘었습니다.

 

노인들이 모이면 으레 그렇듯

화제는 건강과 질병, 임플란트와 틀니

얘기를 넘나듭니다.

 

식사 후에 간 카페에서는 한 테이블엔

어머니가 사위와 아들들과 앉고

다른 테이블엔 며느리들과 딸들이 앉습니다.

어머니는 보청기를 끼셨지만 자기 테이블의

얘기도 잘 못 들으십니다.

 

며느리들은 어머니로 인해 서운했던 점을

시누이들에게 얘기하고 시누이들은 

어머니에게  받은 상처를 얘기하며 올케들을

위로합니다. 이야기는 어머니를 넘어 며느리들의

어머니들로 이어집니다.

 

어떤 노인은 늙어서도 사랑받지만 어떤 노인은

나이를 얻을수록 사랑을 잃어버립니다.

원인은 무엇보다 아집(我執)입니다.

아흔이 되어서도 '자기를 고집'하는 사람은

사랑을 잃어버리고, 자기를 놓아버리는 사람은

여전히 사랑받습니다.

 

타나토스의 망토가 코앞에서 펄럭이는데도

작디작은 자기를 붙잡고 있지나 않은지,

그래서 오늘 도착한 3월의 잔설처럼 불쌍한

노인이 되어가는 것 아닌지...

저를 돌이켜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