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행정안전부의 문자 (2022년 12월 16일)

divicom 2022. 12. 16. 12:08

본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지만

요즘 들어 밤늦게까지 봐야 할 것이 있다거나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자정 넘어 잠자리에 드는 날이

많았습니다. 출근하는 사람도 아니니 이튿날엔

7시나 8시에 일어나야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행정안전부가 자꾸 잠을 깨웠습니다.

천재지변이 난 것도 아니고 큰 사건이 터진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요?

 

엊그제 수요일엔 아침 6시 1분에 문자가 왔습니다.

전화기를 거실의 충전기에 꽂아 놓고 방에서 잠을 자도

귀가 예민한 저는 문자 도착 소리를 들었습니다.

 

연로하신 어머니나 따로 사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거

아닐까, 걱정을 안고 문자를 보니 이랬습니다:

"기온이 떨어져 매우 춥습니다. 외출시 보온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길이 미끄러우니 낙상 사고를

조심하시고 출근시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아침엔 6시 31분에 문자가 왔습니다. 위의 문자와

대동소이했습니다.

 

문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문자를 읽지

않아도 기온이 떨어져 춥다는 걸 알고, 외출할 때 옷을

따뜻하게 입어야 한다는 걸 알고, 미끄러운 길에서는

넘어지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는 걸 알 겁니다.

누군가 얇은 옷을 입고 밖에 나갔다가 감기에 걸리거나

미끄러운 길에서 넘어진다면 다음부터는 조심해야겠구나

마음 먹을 겁니다. 

 

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삶의 조건입니다. 정부 부처가 변하는

상황에 대해 일일이 알림이나 주의 문자를 보낼 필요가 없는

이유입니다.

 

제게 행안부 문자가 오기 시작한 건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가

일어나고 한 달 후인 11월 29일부터입니다. 이런 식의

문자를 보내면 그와 같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혹시라도 사고가 났을 때 비난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러나 이런 문자로 사고를 예방하거나 비난을 피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 문자를 무료로 보내는지 통신사에 요금을 내며

보내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부디 이런 문자는 그만두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