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몰려다니는 길을 걷다 보면 문득 고개 들어
저 높이 나무의 정수리께를 보게 됩니다.
높아지느라, 속으로 영그느라 이렇게 버리는구나...
인생의 겨울에 들어선 사람들은 대개 자라기를 멈추지만,
나무는 겨울에도 자라기를 멈추지 않는구나...
20년 넘는 억울한 옥살이, 그 겨울 같은 시절에도
자신을 키우신 신영복 선생.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같은 마음을 발견했기에 아래에 옮겨둡니다.
1984년 12월 28일 대전교도소에서
쓰신 글에 '나이테'라는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2016년 1월 15일 저세상으로 떠나신 선생님,
지금은 어디에서 '자라고' 계신지요?
"나무의 나이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일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훨씬 단단하다는 사실입니다.
햇빛 한 줌 챙겨줄 단 한 개의 잎새도 없이 동토(凍土)에
발목 박고 풍설(風雪)에 팔 벌리고 서서도 나무는 팔뚝을,
가슴을, 그리고 내년의 봄을 키우고 있습니다.
부산스럽게 뛰어다니는 사람들에 비해
겨울을 지혜롭게 보내고 있습니다. (하략)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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