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숙이 떠난 지 9년,
저승의 시간은 이승의 시간보다 빨라
인숙은 버얼써 이곳을 잊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우리들의 사랑...
오이 향기 속에도 대파의 하양과 초록 속에도 있습니다.
내년 그녀의 10주기를 앞두고
그의 남편 박상천 시인이 아내를 그리고 기리는
시집을 냈습니다. <그녀를 그리다>.
인숙과 함께한 시간을 다 합해도 일년이 되지 않을
제가 이럴진대, 그와 근 30년을 함께 산 남편의 그리움은 어떨지...
짐작은 오만이겠지요...
박 시인의 시들 중 몇 구절을 옮겨 적으며 인숙을 그립니다.
말없음표는 문장의 생략을 뜻합니다.
"마트에서 길을 잃다
...
당신과 함께 장을 보러 가던 마트에
이젠 혼자 가게 되었습니다.
...
그러다가 문득 앞서가던 당신이 보이지 않아
난 갑자기 멍해지고 불안해집니다.
오른쪽으로 돌면 당신이 있을까,
물건을 고르고 있는 당신을 지나쳐 온 건 아닐까,
자꾸만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지만
유기농 야채 코너에도, 정육 코너에도
당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앞서가던 당신을 잃어버린 나는
길조차 잃어버려 자꾸만 마트 안을 혜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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