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자연의 선물, 사람의 선물 (2022년 6월 8일)

divicom 2022. 6. 8. 12:04

무안에서 아카시아꿀이 왔습니다.

은은하고 투명한 꿀을 들여다보자니

벌들의 분주한 날갯짓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꽃의 자당을 꿀벌이 먹었다 토해낸 것이 꿀이라니

저 꿀을 먹는 것은 꽃과 벌, 그들의 생生을 먹는 것이겠지요...

너무도 아름다워 차마 먹을 수가 없습니다.

꿀은 보관만 잘하면 아무리 오래두어도 변하지 않는다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고흥에서 마늘과 양파가 왔습니다.

재래종 마늘은 초롱초롱 똘똘한 어린이 같고

양파는 심지 굳은 청년처럼 단단합니다.

가을에 심어져 겨울을 난 양파와 마늘,

둘은 오래전부터 저를 맑히우는 친구입니다.

 

지도에서 무안과 고흥을 찾아봅니다.

무안은 함평과 목포 사이 서해안에 접해 있고

고흥은 저 남쪽 보성 아래 바다에 있습니다.

무안도 고흥도 가본 적이 없지만

그곳에서 오는 선물들 덕에 그곳의 흙과 공기는

접한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귀한 자연의 선물도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는 올 수 없습니다.

최 선생님, 정 여사님, 감사합니다!

꿀과 마늘 양파가 떠올린 시구,

두 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Though nothing can bring back the hour

Of splendor in the grass, of glory in the flower;

We will grieve not, rather find

Strength in what remains behind;..."

 

"초원의 빛, 꽃의 영광의 시간을

무엇으로도 되살릴 수 없겠지만;

우린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찾으리

남은 것들 속에 있는 힘과 용기를..."

 

  -- 윌리엄 워즈워드, '초원의 빛'

     '영혼 불멸의 노래 (어린 시절의 회상으로부터): 

     William Wordsworth,  'Splendor in the Grass'

               'Ode: Intimations of Immortality

               (from Recollections of Early Childh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