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관찰하다 보면 '왜 언제나 피해자가 용서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과 맞닥뜨릴 때가 있습니다.
잘못한 건 가해자고 피해자는 말 그대로 피해를 입었을 뿐인데
왜 용서는 늘 피해자의 몫일까요?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하며 참회할 때는 그나마 용서하기가 쉽지만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할 때조차 그를 용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한마디로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나은 사람이기 때문일 겁니다.
피해자는 가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해자보다 나은 사람이니까요.
대개 사람의 관계는 상대적이고, 동등한 관계보다는 조금 어린 사람과
그보다 조금 (혹은 아주 많이) 성숙한 사람의 관계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관계에서 상처 입는 피해자는 늘 좀 더 성숙한 사람이겠지요.
초등학생 동생이 중학생 형을 때릴 때 동생에게 맞은 만큼
동생을 때리지 못하는 형처럼.
그러니 용서는 늘 피해자의 몫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 마음을 아프게 한 사람의 어리석음, 그 사람 본인은 알지 못하는
그의 어리석음까지 보아내며, 그를 용서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겁니다.
'조금 나은' 사람이 된다는 것, 조금 더 너른 시야를 갖는다는 건
크나큰 축복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