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에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의 '내 인생의 책 -- 맹자집주'를
소개했는데, 오늘 또 한 권 위 대사의 '내 인생의 책'을 소개합니다.
바로 <죄와 벌>입니다. 지난 번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그의 글에서
만난 한 줄 때문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의
이름 중 '라스콜'이 '이견'을 뜻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글을
읽기 전까지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십대의 어느 날 이 소설을 만난 후 욕심 많은 사람들을 볼 때면
저들이 살아 있는 게 이 세상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저들이 죽어
없어지는 게 세상에 더 좋은 일이 아닌가 하는 식의
라스콜리니코프적 사고에 빠지곤 했습니다.
위 대사는 러시아에 근무할 때 도스토옙스키가 태어난 곳과 죽은 곳을
가보았다고 합니다. 저는 1990년인가 러시아로 출장을 갔었지만
도스토옙스키의 흔적을 만나진 못하고 왔습니다.
그렇지만 제 기억 속 모스크바는 제가 본 세계의 도시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남아 있습니다.
[위성락의 내 인생의 책]⑤죄와 벌 - 도스토옙스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서울대 객원교수)
가난, 세상에 대한 반감, 이단적인 생각, 이에 기반을 둔 살인, 양심의 딜레마, 사랑, 속죄, 그리고 구원이라는 다소 통속적일 수도 있는 플롯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이 반향을 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등장시켜 그들의 욕망과 집착, 죄악과 대가를 기본 플롯과 잘 교직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에는 부도덕한 사람, 무도덕한 사람, 잘못된 도덕에 꽂힌 사람이 등장하여 갈등을 이룬다. 잘못된 도덕에 꽂힌 사람이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이다. 이름부터 시사적이다. 라스콜은 이견을 뜻한다. 그는 편벽된 확신으로 살인을 정당화하지만, 심적 갈등을 이기지 못하다가 신앙심 깊은 여인의 사랑으로 속죄하고 구원을 얻는다.
<죄와 벌>은 인간과 세상과 종교에 대한 생각을 되돌아보게 하였다. 19세기 러시아 사회에 대한 이해도 넓힐 수 있었다. 정교한 심리 묘사와 긴장감 넘치는 글쓰기는 덤으로 한 공부였다. 도스토옙스키는 이 소설을 시베리아 유형에서 돌아와서 썼다. 반체제 활동으로 10년 유배를 갔던 그가 기독교적인 구원을 통해 인간성을 회복한다는 주제를 택한 점이 특이하다.
필자는 러시아에서 근무하는 동안 작가들의 유적지 탐방을 취미로 삼았다. 도스토옙스키가 태어난 곳과 죽은 곳도 찾아갔다. 러시아 문학의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대문호와 그의 작품이 쓰인 현장에 대해 호기심이 있었다. 그는 아주 기이한 사람이었다. 간질병에 도박벽이 있었고, 돈에 쪼들려 쫓기듯 글을 썼다. 그는 적막한 심야에 진한 차를 마시며 집필했다고 한다.
도스토옙스키의 책상과 침실을 둘러보며, 작품의 배경이 된 거리를 찾아가면서, 도스토옙스키가 고통스러운 삶을 통해 인류에게 남겨놓은 귀한 선물에 대해 감사하였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1192054005&code=960205#csidx2060b8b7edafd3c91ac6d7adbb88dd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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