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그까짓 것이 얼마나 갈 것 같아? 나처럼 영원할 것 같아?'
웃음섞인 봄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길가의 나뭇가지마다 연두 물이 오르고 새로 나온 잎들은 아기처럼 반짝입니다.
길마다 집마다 꽃이 피니 세상을 채우던 코로나 공포가 향기로 바뀝니다.
향기에 취한 사람들이 꽃구경에 나섰다가 핀잔을 듣고 돌아옵니다.
아직 코로나가 떠나지 않았다고요!
절간 같던 집안이 수런수런, 꽃과 나무들의 속삭임으로 채워집니다.
엊그제 보라로 피었던 재스민 꽃 중엔 오늘 흰 빛깔로 바뀐 얼굴도 있습니다.
보라든 하양이든 재스민은 착한 마녀의 막대처럼 집안 곳곳에
향기를 불어넣습니다.
재스민 옆의 라일락도 수줍은 보라로 피었습니다.
이름은 같은 '보라'지만 향기는 다릅니다.
라일락과 재스민 꽃을 똑같이 '보라'로 부르는 우리의 말 속에
차이를 무시하는 교만이 있는 건 아닐까, 즐겁던 마음이 일순 무거워집니다.
한참 밤낮을 밝히고 어느새 바래는 중인 군자란이 위로합니다.
'너무 마음쓰지 마. 색깔의 이름이 뭐가 중요해? 그걸 보는 눈이 중요하지.'
군자란은 이래서 군자란입니다.
옆에 앉은 아메리칸 블루가 잉크빛 목소리로 동의합니다. '맞아, 맞아.'
점에서 시작된 은행나무는 그새 수십 장의 연두 잎을 달았고
침묵을 먹고 자란 단풍나무는 푸르고 붉은 잎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다.
코로나를 핑계로 허송할 때가 아닙니다.
어리석은 사람을 깨우치는 꽃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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