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사람이 변했다(2019년 8월 14일)

divicom 2019. 8. 14. 10:39

며칠 전 동생과 제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집안 여인들이 만났습니다.

지난 봄 어버이날에 만나 점심 먹고 차 마셨으니 꽤 여러 달만입니다.

다섯 명의 여인들 모두 이 만남을 좋아합니다.

어머니와 딸, 자매, 올캐와 시누이, 시어머니와 며느리, 며느리와 며느리 즉 동서...

다섯 사람의 관계는 이렇게 얽혀 있지만 함께 나이들어가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화는 끝이 없고 웃음 또한 끝이 없습니다.


헤어진 후 즐거운 만남을 반추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각자 풀어놓은 고민은 지금 각자 서 있는 곳과

다다르려 하는 곳을 드러내고, 더불어 저라는 인간과

저의 위치도 선명해집니다.

분명한 건 우리 모두 다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사람이든 사물이든 세상이든 변화는 당연하니

어떻게 변하는가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나이 들며 너그러워지는 사람 중에

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는 사람이 있고

그냥 편하려고 너그러운 척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훌륭한 사람은 변하지 않아야 할 점은 지키되

변해야 할 점은 변화시키는 사람이겠지요.


아침에 신문을 읽다 보면 '아, 이 사람은 늘 같은 소리구나.

생각도 글 쓰는 방식도 그대로구나!'하는 느낌을 주는 필자가 있습니다.

세상엔 글 잘 쓰는 사람이 많은데 왜 계속 그런 필자에게 지면을 주는지

의아할 때도 많습니다. 


오늘 아침 경향신문에 쓴 칼럼에서 송혁기 교수는 사람의 변화를 폄하하는 듯하지만

그의 폄하가 제 지지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송교수의 글을

아래에 옮기며, 같은 신문의 다른 페이지에 실린 김호기 교수의 글이

좀 변하기를 기대합니다.


[송혁기의 책상물림]사람이 변했다

송혁기 |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참 따뜻하고 배려심 많던 사람이 지위가 높아질수록 남을 무시하고 위압적으로 대하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평소의 기대와 달라진 모습을 접하고 나면 오랫동안 맺어온 인간관계가 무너지기 십상이고, 그렇게 틀어진 관계는 회복되기 매우 어렵다. 우리 사회의 정서에서 “사람이 변했다”는 말을 듣는 것은 치명적인 일일뿐더러, 그 주어진 지위라는 것이 영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안다. 그런데도 그런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이전보다 많은 것을 누리다 보니 그렇지 못한 이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자신의 영향력을 실감하면서 사람에 대한 태도가 바뀌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측근에 둘러싸여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귀가 막히거나, 쇄도하는 민원 혹은 근거 없는 비방들로 인해 스스로 귀를 막아버리는 일도 일어날 법하다. 다만 이는 실제로 변한 것이라기보다 그전에는 그럴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아서 드러나지 않았던 것일 뿐 그것이 그 사람이 지닌 본연의 모습이었던 셈이다.

정작 사람이 변했다면, 접하지 못했던 정보들과 새로 확보된 시야로 인해서 구체적 사안을 대하는 생각이 달라지고 그것이 신념의 변화로 이어지는 경우일 것이다. 전에는 안 보이던 부분까지 고려해야 하고 때로는 안된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 이전의 지론과는 다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관건은 변하지 말아야 할 것과 변해야 할 것을 구분할 줄 아는 내면에 있다.

군자는 세 번 변한다는 말이 있다. 멀리서 볼 때는 점잖고 무게가 있어서 곁을 주지 않을 것 같은데, 막상 만나보면 따뜻한 얼굴빛으로 편안하게 품어주고, 대화를 나눠 보면 명확한 논리력에 탄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보는 입장에서는 세 번의 변화지만 실은 변한 것이 아니라 일관된 내면에서 우러나는 인품이다. 엄숙하면서 온화하기 어렵고 온화하면서 명확하기 어려운 것이 사람인지라 낙차 큰 변화로 느껴질 뿐이다. 지속 가능한 따뜻함은 내면의 올곧음 위에서만 가능하다. 지위가 오를수록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며 판단의 근거가 사심인지 공의인지를 끊임없이 되물을 일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결국 스스로 그 지위를 감당할 만한 내면을 지니고 있지 못함을 입증하고야 마는 일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8132034015&code=990100#csidx836c3f1ed4e5ec0946870c509ad9a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