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여름 매화와 매실, 어여뻐라(2019년 7월 7일)

divicom 2019. 7. 7. 17:39

평소엔 32도도 덥다고 아우성이었는데, 

36도를 기록한 날 다음날의 32도에선 

가을 냄새마저 나는 것 같습니다.


어리석은 실수로 눈병을 얻어 눈 쓸 일을 하지 않다가 

모처럼 일러스트포잇 김수자 씨의 블로그에 들르니 

매화 향내가 음전하고도 달콤합니다. 

부지런한 그는 이 날씨에도 매실청을 담갔나 봅니다.


아래 그림을 클릭하면 김수자 씨의 블로그 '시시(詩詩)한 그림일기'로 연결됩니다.

맨 아래 글은 김수자 씨의 글입니다.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 조용미

프로파일 illustpoet ・ 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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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판화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조용미

꽃 피운 앵두나무 앞에 나는 오래도록 서 있다

내가 지금 꽃나무 앞에 이토록 오래 서 있는 까닭을

누구에게 물어보아야 할까

부암동 白沙室은 숲 그늘 깊어

물 없고 풀만 파릇한 연못과 돌계단과 주춧돌 몇

남아 있는 곳

한 나무는 꽃을 가득 피우고 섰고

꽃이 듬성한 한 나무는 나를 붙잡고 서 있다

이쪽 한끝과 저쪽 한켠의 아래에 서 있는

두 그루 꽃 피운 앵두나무는

나를 사이에 두고 멀찍이, 아주 가깝지 않게 떨어져 있는데

바람 불면 다 떨구어버릴 꽃잎을 위태로이 달고섰는

듬성듬성한 앵두나무 앞에서 나는

멀거니 저쪽 앵두나무를 바라보네

숨은 듯 있는 별서의 앵두나무 두 그루는

무슨 일도 없이 꽃을 피우고 있네

한 나무는 가득, 한 나무는 듬성듬성

나는 두 나무 사이의 한 지점으로 가서 가까운 꽃나무와

먼 꽃나무를 천천히 번갈아 바라보네

앵두가 열리려면 저 꽃이 다 떨어져야 할 텐데

두 그루 앵두나무 사이에 오래 서 있고 싶은 까닭을

나는 어디에 물어야 할지

무슨 부끄러움 같은 것이 내게 있는지 자꾸 물어본다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문지시선.2009>


여러모로 쓰이는 매실청이 떨어져가는데 멀리 남쪽마을에서 매실이 왔다.

너무 예쁘고 향기로운 과실이 얼굴 근육까지 풀어준다. 흠~~

옆지기 도움으로 수월하게 매실청을 담은 큰 병을 바라보니 뿌듯하다. 이제 시간이 해결해줄게다.

판화공방에서 작업한 매화 그림을 올리며, 저 꽃나무들처럼 아름다운 꽃도, 입을 즐겁게 해줄 과실도 맺지 못하는 나의 보잘것 없음은 잠시 잊자. 헌데 백사실에 가본지도 꽤 오래고 조용미시인 만난지도 오래되었다. 안녕히 지내시겠지......

#시를그리다 #시시한그림일기#조용미시인#나의별서에핀앵두나무는#매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