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것처럼 보이는데
저는 '일상생활'이란 것이 늘 힘겹습니다.
지난 주... 다른 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 했더니
결국 목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목소리는 세상과 저를 잇는 다리,
다리 가운데가 뚝 끊어졌습니다.
다리가 끊어진 자리엔 불이 활활 타오릅니다.
불덩이가 된 몸 덕에 안 가던 병원엘 가고
링거를 맞았습니다.
그래도 아픔 덕에 배운 게 있습니다.
고통의 색깔이 여러 가지라는 것...
알록달록 고통을 겪는 동안 베란다에선
주황이 지고 분홍과 잉크빛 파랑과
하양의 수가 늘었습니다.
전 같으면 '아! 예쁘다!' 했을 텐데,
고통이 여러 색임을 알고 나니
저 색색 꽃들 모두
고통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고열에 잡히어 강제 묵언에 들어가던 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맏아들 김홍일 씨가 타계했습니다.
열한 살에 어머니를 잃고 자라서는 아버지로 인해
'강제로' 민주투사가 되어 모진 고문을 당하고,
결국 그 후유증으로 일찍부터 파킨슨병을 앓다 일흔둘
많지 않은 나이에 부모 곁으로 갔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혹시 다음 생을 얻어 태어나려거든
유명인의 아들 아닌 사람으로 태어나길 빕니다.
제 목소리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의사는 "아무 일 하지 말고 푹 쉬시라"고 합니다.
짧은 대화 중에 그는 두 번이나 "연세가 있으시니"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이 재미 있어 그 말은 몇 살 이상 환자에게 쓰느냐고
묻고 싶었습니다.
며칠 동안 글을 올리지 않으면
제가 무사한지 염려하는 분들이 있어 몇 자 적었습니다.
아직 침묵 중입니다.
여러분은 저보다 덜 아프시길 빕니다.
봄 세상 밝히는 저 꽃들의 빛깔이
고통이 아니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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