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표준시의 남북 통일(2018년 4월 30일)

divicom 2018. 4. 30. 20:27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삼백 명 넘는 사람들을 바다에 묻은 그 사건으로 

우리의 4월은 온통 슬픔이 되었습니다. 그 비극적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의문을 초래했고, 

그의 탄핵을 염원하는 수많은 국민들의 촛불시위로 그는 마침내 탄핵, 구금되었습니다. 


세월호의 비극이 없었다면 작년 5월 새로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지도 않았을 거고, 

그랬으면 지난 4월 27일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도 치러지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니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서 거둔 성과 또한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빚진 바가 매우 큽니다.

아무쪼록 이번 회담에서 이루어진 남북의 합의가 잘 구체화되어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해주길 바랍니다.


다만 한 가지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건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회담에서 '평양 표준시'를 '서울 표준시'에 

맞추겠다고 한 것입니다. 원래 우리나라의 표준시는 한반도의 중심인 동경 127.5도를 기준으로 정했는데, 

일제 때 그것을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하는 도쿄 표준시에 맞췄다고 합니다. 그랬다가 1954년 주권회복 차원에서 다시 동경 127.5도를 기준으로 고쳤는데, 박정희 정부가 또 다시 일본 표준시에 맞춘 것입니다. 북한의 표준시도 

남한과 같은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삼았었지만 2015년 8월15일부터 동경 127.5도를 기준으로 하는 대한제국 표준시로 

바꿨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니 남북한의 표준시를 통일하려면 서울 표준시를 평양 표준시에 맞추는 것이 합당할 텐데, 왜 평양 표준시를 

서울 표준시에 맞추기로 한 걸까요? 김정은 위원장이 그렇게 제안했더라도 문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볼 때 평양 표준시가 

합당하니 서울 표준시를 평양 표준시에 맞추겠다고 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래는 남북의 표준시 문제를 다룬 경향신문 박구재 논설위원의 칼럼입니다.  



[여적]표준시의 남북 통일

박구재 논설위원

세계 각지의 표준시는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정한다. 만국지도회의는 1884년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경선(經線)을 본초자오선으로 삼아 경도 15도를 벗어날 때마다 한 시간씩 시차를 뒀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지역이 다르더라도 같은 표준시를 사용한다. 하지만 미국·캐나다·러시아와 같이 국토가 동서 방향으로 이어진 국가에선 여러 개의 표준시를 쓰고 있다. 표준시는 정치적 목적으로 바뀌기도 한다. 중국은 1949년 공산혁명 이전까지 지역별로 5개의 시간대가 있었지만 마오쩌둥이 집권한 이후 베이징 시간을 표준시로 정하고 시차를 없앴다.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는 2014년 러시아에 병합된 이후 러시아 표준시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표준시는 대한제국 시절인 1908년 제정됐다. 한반도의 중심인 동경 127.5도를 기준으로 세계 표준시와 8시간30분 차이였다. 일제강점기인 1912년에는 동경 135도(9시간 차이)로 변경됐다. 총독부가 일본 도쿄 기준으로 표준시를 바꿨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승만 정부 때인 1954년 주권 회복 차원에서 대한제국 표준시로 바꿨지만 박정희 정권은 1961년 도쿄 표준시로 재변경했다. 북한의 표준시는 남한과 같은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삼아오다 2015년 8월15일부터 대한제국 표준시로 바꿨다. 남한보다 표준시를 30분 늦춘 것이다. 당시 북한은 “간악한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표준시까지 빼앗는 범죄행위를 감행했다”며 “동경 127.5도를 기준으로 하는 시간을 표준시로 정하고 ‘평양시간’으로 명명한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평양시간’이 등장한 이후 개성공단 출입경과 남북 민간 교류 등에서 일부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평양 표준시’를 ‘서울 표준시’에 맞추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평화의집 대기실에 서울과 평양 시간을 가리키는 시계 2개가 걸려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며 북한의 표준시를 30분 앞당기겠다고 문 대통령에게 약속한 것이다. 북한은 5월5일부터 ‘평양 표준시’를 ‘서울 표준시’로 바꾸기로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30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평양시간을 고침에 대하여’라는 정령을 채택하고, 평양시간을 동경 135도를 기준자오선으로 하는 9경대시(현재보다 30분 앞당긴 시간)로 고쳐 주체107(2018)년 5월5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평양시간’이 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남북은 같은 시간 속에서 동행(同行)할 수 있게 됐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란 먼 길은 혼자가 아닌 함께 가야 다다를 수 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4292025005&code=990201#csidx372ec41f4d880d098f0be6c4460f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