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샤이니 멤버 종현 유서(2017년 12월 19일)

divicom 2017. 12. 19. 11:19

가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대개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노년은 청춘보다 나쁘다는 전제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로선 돌아갈 수 있다 해도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 중에서도 십대, 이십대, 삼십대, 소위 젊은 시절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데

그건 그 시절을 살아내기가 말할 수 없이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남들 눈에는 '잘 나가는' 젊은이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제게는 '왜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나날이었습니다.

매일을 살아내는 것도 힘든데, 남들 눈에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듯 살아야 하니 더욱 힘들었습니다.

세상 누구에게도 그런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마음을 언어로 표현해내는 건 너무나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간신히 표현한다 해도 

그 말을 듣고 나를 이해해줄 사람은 없을 거라는 절망이 입을 막았습니다.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멤버인 종현 씨가 어제 오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습니다.

청담동의 어떤 레지던스에 낮 12시쯤 들어가 이틀을 묵겠다고 했다는데...

종현 씨의 본명은 김종현. 나이 27세.


어제 처음 그의 소식을 접하고 지금까지 그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번 만난 적도 없고 그의 히트곡도 잘 모르지만 그가 겪었을 고통과 절망은 낯이 익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으니 죽음 자체가 가슴을 아프게 한다기보다는

죽음을 결정하고 시행할 때까지 그가 겪었을 외로움, 고통, 절망... 

그런 것들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삼가 종현 씨의 명복을 빌며, 그를 두고 너무 가벼운 어조로, 

혹은 비꼬는 투로 '왜 죽었대?' 하는 사람은 없기를 바랍니다.

그 어떤 자살도 그렇게 가볍게 결정되고 시행되지는 않으니까요. 


종현 씨와 친하게 지냈던 그룹 디어클라우드 나인은 오늘 종현 씨의 유서를 공개했습니다.

종현 씨가 자신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이 글을 발표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는데, 

종현 씨 가족과 상의한 끝에 그 유서를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로 했다고 합니다.


아래는 그 유서 전문입니다. 

다시는 이렇게 고통 속에서 떠나가는 젊은이가 없기를 바라며 옮겨둡니다.



난 속에서부터 고장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나는 날 미워했다. 끊기는 기억을 붙들고 아무리 정신차리라고 소리쳐봐도 답은 없었다.
막히는 숨을 틔어줄 수 없다면 차라리 멈추는게 나아. 
날 책임질 수 있는건 누구인지 물었다. 
너뿐이야. 
난 오롯이 혼자였다. 

끝낸다는 말은 쉽다. 
끝내기는 어렵다. 
그 어려움에 여지껏 살았다.  
도망치고 싶은거라 했다.  
맞아. 난 도망치고 싶었어.  
나에게서.  
너에게서. 

거기 누구냐고 물었다. 나라고 했다. 또 나라고 했다. 그리고 또 나라고했다.
왜 자꾸만 기억을 잃냐 했다. 성격 탓이란다. 그렇군요. 결국엔 다 내탓이군요.
눈치채주길 바랬지만 아무도 몰랐다. 날 만난적 없으니 내가 있는지도 모르는게 당연해.

왜 사느냐 물었다. 그냥. 그냥. 다들 그냥 산단다. 
왜 죽으냐 물으면 지쳤다 하겠다. 

시달리고 고민했다. 지겨운 통증들을 환희로 바꾸는 법은 배운 적도 없었다.
통증은 통증일 뿐이다.  
그러지 말라고 날 다그쳤다. 
왜요? 난 왜 내 마음대로 끝도 못맺게 해요? 
왜 아픈지를 찾으라 했다. 
너무 잘 알고있다. 난 나 때문에 아프다. 전부 다 내 탓이고 내가 못나서야.
선생님 이말이 듣고싶었나요? 
아뇨. 난 잘못한게 없어요.  
조근한 목소리로 내성격을 탓할때 의사 참 쉽다 생각했다. 

왜 이렇게까지 아픈지 신기한 노릇이다. 나보다 힘든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나보다 약한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아닌가보다. 

살아있는 사람 중에 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고 나보다 약한 사람은 없다.
그래도 살으라고 했다. 
왜 그래야하는지 수백번 물어봐도 날위해서는 아니다. 널위해서다. 
날 위하고 싶었다. 
제발 모르는 소리 좀 하지 말아요. 
왜 힘든지를 찾으라니. 몇번이나 얘기해 줬잖아. 왜 내가 힘든지. 그걸로는 이만큼 힘들면 안돼는거야? 

더 구체적인 드라마가 있어야 하는거야? 좀 더 사연이 있었으면 하는 거야? 
이미 이야기했잖아. 혹시 흘려들은 거 아니야? 이겨낼 수있는건 흉터로 남지 않아. 

세상과 부딪히는 건 내 몫이 아니었나봐.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부딪혀서, 알려져서 힘들더라. 왜 그걸 택했을까. 웃긴 일이다. 
지금껏 버티고 있었던게 용하지.

무슨 말을 더해.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

수고했어. 
정말 고생했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