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검정에 빠지다 (2017년 10월 24일)

divicom 2017. 10. 24. 21:20

세상엔 색깔이 많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색은 검정입니다. 

마음이 흔들릴 때 검정을 입으면 잔잔해지고, 몸에 힘이 없을 때 검정을 입으면 힘이 납니다. 

그러니 검정은 좋은 친구와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타고난 검정은 희미해지고 새로운 검정이 나타납니다.

머리는 하얘지고 손등과 얼굴, 몸 곳곳에 검은 얼룩이 피어나는 것이지요.

지금은 점 같고 먼지 같은 얼룩이지만 조금 더 커지면 검버섯이 될 겁니다.

버섯을 좋아하는 저이지만 검버섯은 별로 반갑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풍경이 되어가는 저를 바라보는 재미 또한 쏠쏠합니다.

제 머리와 손, 얼굴, 몸 곳곳에 시간이 그리는 그림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겠습니다.


마침 시를 그림으로 그리는 일러스트포잇 김수자 씨의 블로그에 

제가 좋아하는 검정을 노래한 시와 그림이 있어 아래에 옮겨둡니다. 

그림 바로 아래의 시는 유안진 시인의 작품이고 

그 아래 '평소에는'으로 시작하는 글은 김수자 씨의 글입니다.


http://blog.naver.com/PostThumbnailView.nhn?blogId=illustpoet&logNo=221121587919&categoryNo=7&parentCategoryNo=0  






종이에 연필




검정에 빠지다
                     
아무래도 커피를 너무 자주 마시는  같다
쓰는 글씨마다 검정이 되고
입는 옷도 모두 검정색이다
구두와 핸드백도 검정색뿐이다
커피를 줄이면 나아질까 했지만 
긁적이고 보면 검정글씨이고
무심히 입다보면 검정옷이다

거울  앞머리 한줌이 허옇다
머리카락이라도 흰색이라서 다행이라 했는데
머리의 검정이 몸으로 흘러 내리는  아닌가
주근깨와 기미가 늘어나고
마음까지 검정에 빠지면서
밤이  편해져서  밤이  좋다
.............


 평소에는 거울 보기를 멀리하다 오랜만에 가까이 들여다보니 아이쿠그새 흰머리가 많이 자랐습니다.
매일 마시는 진한 커피색을 따라가면 좋으련만 빠지는 머리카락만큼이나 얼굴도 가을을 타는지 무채색에 가깝습니다.  나무에 단풍들듯이 머리카락도 그리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거울앞을 떠나면 다행히 걱정도 사라지니 깊은 커피향에 집중하렵니다커피   같이 하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