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사람이 사라진다(2017년 8월 30일)

divicom 2017. 8. 30. 17:59

바야흐로 '실종과 멸종의 시대'입니다. 생물종이 사라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예절과 친절이 사라집니다. 

사라지는 것들 중엔 좋은 것들이 많고, 사라지지 않았으면 싶은 것들이 먼저 사라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대개의 사라짐이 서운함과 안타까움을 남긴다면 사람의 사라짐은 훨씬 더 큰 고통을 안깁니다. 

인터넷과 CCTV(폐쇄회로)의 시대이지만 사람이 하루 백 명 이상씩 사라진다고 합니다.

새삼 이 사회가 무섭습니다. 아래는 아시아경제의 관련기사입니다. 



하루 100여명이 사라진다


작년 국내 실종아동·장애인·치매노인 등 3만8231건
사전지문등록율 30%대…실종 경각심은 여전히 낮아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

고속도로 나들목 인근이나 주요 도로변에서 누구나 한 번쯤 본 현수막이다. 1999년 2월 경기도 평택에서 실종된 송혜희(당시 17세)양을 찾아달라는 내용이다. 송양의 아버지 송길용(64)씨는 19년째 잃어버린 딸을 찾고 있다. 2015년 '메르스'에 걸리기도 한 송씨는 딸을 다시 보겠다는 일념으로 병마를 딛고 일어섰다. 그는 여전히 전국을 누비며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이처럼 갑작스레 찾아온 가족의 실종은 남은 가족들을 평생 고통에 빠지게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평균 100명 이상의 아동·청소년(만 18세 미만), 지적장애인, 치매노인 등 '취약계층'이 실종되고 있다.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아동·장애인·치매노인 등에 대한 실종신고 접수는 2014년 3만7522건, 2015년 3만6785건, 지난해 3만8281건 등 해마다 4만건에 육박한다. 작년 기준 하루에만 평균 104.8명이 실종된 셈이다.

경찰은 실종자에 대한 적극적인 초동수사, 수색을 통해 신고가 접수된 실종자 중 99% 이상을 무사히 귀가시켰다. 다만 미발견 실종자는 2014년 20명에서 2015년 23명, 지난해에는 285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일반인과 비교해 집을 찾기가 더 어려운 지적장애인, 치매노인의 실종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치매노인 실종은 20%, 장애인 실종은 10% 넘게 증가했다.

특히 농촌에 거주하는 치매노인의 경우 산이나 수풀, 도랑 등 주변 여건상 수색도 쉽지 않다. 지난달 경북 김천의 야산에서 치매를 앓던 A(62·여)씨가 실종 5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지만, 작년 12월 경북 안동에서는 치매노인 B(82)씨가 실종 보름 만에 농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실종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실종 예방을 위해 2012년 경찰이 아동, 장애인, 치매노인을 대상으로 도입한 '사전지문등록제'의 등록률은 여전히 30%대에 머무르고 있다. 치매노인이 지정된 구역을 벗어날 시 알려주는 '배회감지기'의 보급도 지난해 말 기준 3734명에 불과해 전체 치매노인(약 75만명) 대비 미미한 수준이다.

경찰은 사전지문등록제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배회감지기 보급 확대 등을 통해 실종을 예방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또 실종자 수색용 드론을 추가로 갖추는 등 수색 역량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SK하이닉스와 배회감지기 1만5000대를 무상으로 보급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면서 "치매노인을 비롯해 지적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실종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유엔(UN)과 국제적십자 등은 강제 실종·비자발 실종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실종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매년 8월30일을 '세계 실종자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