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우사인 볼트 (2017년 8월 8일)

사진 한 장이 모든 것을 말해줄 때가 있습니다. 가끔 그 말이 거짓말일 때도 있지만.

어제 아침 경향신문에 실린 우사인 볼트의 사진은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런던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미터 경기에서 3위에 머문 그에게 1위를 차지한 저스틴 캐틀린이 

한쪽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여 존경을 표하는 모습입니다. 볼트의 표정과 제스처는 평소의 그답게 

자연스럽습니다.

올림픽에서 8개의 금메달을 따고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1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낸 볼트는 

2009년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100m를 9초58에 달리고,  200m를 19초19에 주파하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스포츠맨들이 볼트를 존경하는 건 그런 기록들 때문일지 모르나 저 같은 문외한이 볼트를 존경하는 건 

기록 못지않게 기록을 세울 때 볼트가 보여준 태도 때문입니다. 그는 언제나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았으니까요.

어쩌면 제가 볼트에게 그리도 끌리는 건 제 주변에서 여유와 유머를 보이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겠지요.

아래에 어제 경향신문에 실린 볼트 관련 기사를 옮겨둡니다. 캐틀린이 볼트에게 존경을 표하는 역사적 사진은 

아래 원문보기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이 AFP사진이라 저작권이 문제될까봐 여기에 옮기지 않았습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80701&artid=201708062127025#csidx21f4aa4c1c94e43b157d5af4e226d95 

런던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5만6000여명의 관중은 떠나는 트랙의 황제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에게 존경심을 담아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냈다. 비록 그가 고별무대에서 3위로 들어왔지만, 볼트가 이룬 위대한 업적은 이미 영원히 깨기 힘든 ‘전설’이 됐다.

승자 저스틴 개틀린(35·미국)에게 다가가 축하인사를 하며 포옹한 그는 트랙에 엎드려 키스로 작별인사를 한 뒤 천천히 운동장을 돌며 관중에게 인사했다. 자메이카 국기를 흔드는 팬에게 다가가 사진촬영에 응하고,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에게도 손을 흔들고 허리 숙여 인사했다.

팬들은 1위로 들어온 개틀린에게 조금의 자비도 없이 일제히 야유를 쏟아냈다. 영웅의 고별파티에 재를 뿌린 주인공이 하필 금지약물 복용으로 두 차례나 징계를 받고 복귀한 개틀린이었기 때문이다.

볼트는 6일 영국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힘차게 달렸지만 전처럼 폭발적인 질주를 보여주지 못했다. 4번 레인에서 출발한 볼트는 5번 레인의 크리스천 콜먼(21·미국)과 끝까지 경합하며 거의 동시에 골인했다.

그러나 우승자는 그들이 아니었다.

8번 레인에서 마지막에 스피드를 끌어올린 개틀린이 9초92로 가장 먼저 들어왔다. 콜먼이 9초94로 2위, 볼트는 9초95로 3위를 차지했다.

볼트를 이긴 개틀린이 감격에 겨워 트랙에 엎드리자 팬들은 엄청난 야유를 보냈고, 중계화면은 우승자가 아닌 볼트에게로 향했다. 순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날 밤의 주인공은 볼트였다.

볼트는 “부진한 출발이 발목을 잡았다. 예선부터 스타트 블록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같은 조건이었다”고 한 뒤 “끝은 예정됐었다. 이기든 지든 은퇴하기로 돼 있었고, 이번 결과는 내 경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팬들을 위해 한 시즌 더 뛴 것뿐”이라며 “후회는 없다.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볼트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8개를 땄고 세계선수권에서 금 11개와 은 2, 동 1개를 획득했다. 올림픽에서 100m와 200m를 3회 연속 동시 우승한 선수는 그가 유일하다. 2009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세운 100m 9초58, 200m 19초19는 누구도 접근하기 힘든 대기록이다.

팬들은 육상 역사상 최고의 영웅이 마지막 무대에서도 우승하며 떠나기를 바랐지만 볼트는 올해 절친한 친구의 죽음 등으로 부족했던 훈련량과 이날 8명 중 7번째로 늦은 스타트(출발반응속도 0.183초)를 극복하지 못했다. AP와 로이터통신은 볼트가 3위에 그친 데 대해 “충격적”이라고 표현했고 워싱턴포스트는 “가짜뉴스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4위로 들어온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는 “볼트가 3위여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2005년 헬싱키 세계선수권 이후 12년 만에 왕좌에 복귀한 개틀린은 우승 직후 볼트에게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뻗으며 존경심을 표현했다. 볼트는 “이런 야유를 받을 이유가 없다”며 개틀린을 위로했다.

개틀린은 “난 내 기록을 냈을 뿐 볼트를 꺾은 게 아니다. 우린 트랙 밖에서 좋은 친구이고, 그는 늘 내게 영감을 주는 존재였다”며 “내가 우승했지만 오늘 이 마법같은 밤의 주인공은 볼트”라고 떠나는 영웅에게 찬사를 보냈다.

볼트는 오는 13일 오전 5시50분 남자 400m계주 결승에 나선다.

이 경기에서 메달을 따면 볼트는 남녀 통틀어 세계육상선수권 최다 메달(15개) 신기록을 작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