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노인과 지하철(2017년 8월 22일)

divicom 2017. 8. 22. 07:20

백 번째 생신을 맞고 일 주일만에 돌아가신 어머님은 '지루하다, 이제 그만 하늘나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지루하다'는 말씀을 처음 들었을 때는 '괜히 저러시겠지' 했습니다. 죽고 싶다고 하는 노인의 말은 거짓말이라는 말을 오래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머님의 표정을 보면 거짓으로 하는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어머님의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지루하기도 하시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루하다'는 그분이 주부생활을 거의 완전히 청산한 후부터 돌아가실 때까지의 약 사십 년, 그 중 절반쯤에 해당되는 말일 겁니다. 그 전에는 다섯 자녀를 키우느라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셨으니까요.


어머님이 지루해지신 건 어머님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장성한 아들딸들에게도 손자손녀에게도 어머님은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어머님이 긴 생애를 걸쳐 터득한 것들은 대개 자녀들이 이미 알고 있거나 변화된 세상엔 해당되지 않는 것들이어서 어머님을 더욱 '쓸모없는'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어머님의 지루함을 덜고자 시금치 다듬기처럼 어머님이 하실 수 있는 일을 찾아드리는 며느리도 있었지만 아예 아무 것도 못하게 하는 며느리도 있었습니다. 어머님의 '옛날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지요. 할 일이 없다는 것,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 이것처럼 사람을 외롭고 괴롭게 하는 일도 없을 겁니다. 


지금 이 나라에는 할 일이 없어 괴로운 노인이 아주 많습니다. 그나마 거동이 자유로워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있지만 노령에 잡혀 방의 포로가 된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매일 늘어나는 노인들의 지루함을 덜어주기 위해 주민센터 등 지자체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행하고,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노인들을 재정적으로 돕기 위해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런데 이런 일에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지하철은 노인을 비롯한 무임승차 손님 때문에 만성 적자에 시달립니다. 올 여름에는 극심한 더위를 피해 지하철을 이용한 노인의 수가 예년보다 훨씬 많았다고 하니 적자도 그만큼 커졌겠지요. 그런대로 살 만한 노인은 요금을 내고 타고 아주 형편이 어려운 사람만 무임승차하게 하든가, 무임승차 대상 손님 연령을 현재의 65세 이상에서 75세 이상이나 80세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저도 노인이지만 모든 노인의 무임승차는 반대합니다. 형편에 따라 무임승차를 제공하거나 무임승차 연령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화는 모든 사람에게 찾아오는 과정이자 도전입니다. 노화가 수반하는 문제는 우선적으로 노화하는 개인이 해결해야 합니다. 몸에 장애가 있거나 형편이 아주 어려운 사람은 정부가 도와야 하지만, 고액의 연금을 받으며 종일 노는 사람에게까지 세금을 쓰면 노인과 젊은 세대의 관계만 악화될 겁니다. 시간당 만원도 안 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젊은이들도 요금을 내고 지하철을 타니까요. 아래에 머니투데이의 관련 기사를 옮겨둡니다. 기사 원문은 아래 주소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news.mt.co.kr/mtview.php?no=2017081113214444329&outlink=1&ref=http%3A%2F%2Fsearch.daum.net


신분당선 지하철 탄 노인들 "공짜는 미안한데…"

무임승차 축소엔 공감하지만 전면 유료화는 우려… "75세, 80세로 높이자" 의견도

"아이고, 젊은 친구들한테 좀 미안하지. 제 주위 친구들 생각도 다 그래요."

금요일인 지난 18일 오전 10시40분. 신분당선 지하철 승강장에서 만난 김모씨(80)는 '노인 무임승차'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김씨는 오늘도 공짜로 타는 것이 미안하단 생각에 신분당선을 탈까 말까 고민했다. 하지만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서너번 갈아타야 해서 결국 탑승하러 왔다. 김씨는 "신분당선처럼 장거리를 다니는 지하철은 그래도 비용을 좀 부담해야 하지 않느냐"며 "젊은 세대들에게 해준 것도 없는데 짐만 지워주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신분당선(강남~정자)을 운영하는 신분당선 주식회사가 65세 이상 노인도 요금(기본운임 2150원, 교통카드 기준)을 내도록 추진 중인 가운데 신분당선을 이용하는 대다수 노인들은 무임승차 연령은 높여야 하지만 전면 유료화는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입이 끊기고 노후 준비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지하철 비용까지 부담하게 되면 대다수 노인, 특히 빈곤층은 감당하기 쉽지 않으니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11시30분까지 양재에서 출발한 정자행 신분당선에 탑승해 살펴본 결과 전동차 1량 내 노약자석 9석 중 평균 7~8석에 노인이 탑승해 있었다. 육안으로 봤을 때 머리가 희끗한 노인은 전동차 1량당 평균 11~17명 타고 있었다. 신분당선 1편성이 6량인 점을 감안하면 66~102명이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분당선이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만성적자' 때문이다. 무임승차 승객 비율이 지난해 기준 전체의 16.4%고, 이로 인한 손실은 140억원을 넘었다. 이에 신분당선 주식회사는 지난달 국토교통부에 노인 무료 승차를 폐지해달라고 운임 변경 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신분당선 승강장과 전동차 내에서 만난 노인들은 대다수 무임승차 연령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이모씨(87)는 "신분당선을 한 달에 한 번 정도 타는데 고령화 사회라 노인들이 너무 많다"며 "요즘 65세면 너무 젊고, 무임승차 나이를 한 80세 정도까지는 높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모씨(75)도 "10년 정도는 무임승차 혜택을 누렸는데 출퇴근 시간에 공짜로 타는 노인들이 많아 젊은이들이 불평하는 것 같다"며 "무임승차 연령을 75세 이상으로 높이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노인들은 무임승차를 연령과 무관하게 전면 폐지하는 데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모씨(75)는 "우리 세대가 위로는 부모를 봉양하고 밑으로는 자식들한테 뺏긴 세대"라며 "버스비만 한 달에 5만원 정도 드는데 신분당선까지 유료화되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한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나가라 하면 하루 종일 신분당선을 타고 왔다갔다 한다"며 "주위에 공짜 점심을 먹는 노인들도 많은데 빈곤층은 배려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대한노인회는 아직까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한노인회 관계자는 "신분당선 유료화 문제에 관여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아서 별다른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무임승차 혜택을 못 받는 65세 미만 승객들은 무임승차 폐지에 대해 대체로 찬성했다. 30대 주부 이모씨는 "신분당선 재정 적자가 크다는데 계속 무임승차를 허용하다 망하면 아예 못 타게 될까 우려스럽다"며 "무임승차 폐지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씨(25)도 "어려운 노인들만 무임승차를 허용하는 것은 몰라도 모든 65세 이상 노인들이 무료로 타는 것은 과잉 복지인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국토부는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 무임승차 폐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