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MBC 보도국 제작 중단(2017년 8월 11일)

divicom 2017. 8. 11. 07:25

MBC 보도국이 오늘부터 제작 중단에 들어간다는 기사를 접하니 

1990년 대 초 연합통신(지금의 연합뉴스)에서 일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정상적'으로 기사를 쓸 수 없을 땐 정상적으로 쓰려 노력하거나 아예 쓰지 않는 게 옳지만 

그런 기자는 드물었습니다. 아무 말 없이 윗사람들이 쓰라는 식으로 쓰는 사람이 많으니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참 외로웠습니다.


연합통신 국제국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노태우 대통령을 싫어 하느냐, 여기는 정부 지원을 받는 곳이니 

기사를 그렇게 쓰면 안 된다' 는 등의 '충고'를 들었습니다. 언론인이 할 수 없는 말, 해서는 안 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부장을 보며 분노와 함께 슬픔을 느꼈습니다.


그때까지는 '사람들이 비굴한 것은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연합에서 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먹고 살려고' 비굴한 게 아니라 '지금 누리는 것들을 누리지 못할까봐' 비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거의 저보다 부자였으니까요.


잘못된 일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행동해야 합니다. 무엇이 옳은지는 알지만 자신의 안위를 걱정해서

모르는 척 하거나 이익을 좇아 잘못된 일에 가담하면 비굴한 사람들 중 하나가 됩니다. 


MBC는 오랫동안 비굴한 일터였습니다. 지금이라도 비굴함에 맞서 일어난다니 다행입니다.

비굴도 니코틴이나 알코올처럼 중독이 되니까요.

아래는 경향신문의 관련 기사입니다. 



MBC 보도국도 제작중단 동참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MBC 보도국 취재기자 80여명이 11일부터 제작중단에 돌입한다. 시사제작국·콘텐츠제작국 기자·PD들과 영상기자회 소속 카메라기자들 110여명에 이어 보도국 취재기자들까지 제작중단에 동참해 ‘MBC 방송 정상화’ 요구가 확산되면서 노사 간 대치도 한층 격화되고 있다.

MBC 보도국 기자들은 10일 저녁 총회를 열고 11일 오전 8시를 기해 제작중단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보도국 취재기자 중 80명가량이 제작중단에 동참할 예정이다.

앞서 이날 보도국 카메라기자를 포함한 영상기자회 소속 카메라기자 59명 중 50명이 제작을 중단했다. 영상기자회는 카메라기자들을 성향 등에 따라 4개 등급으로 분류한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 의심 문건이 발견된 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2012년 MBC 총파업이 기자회 제작거부에서 시작한 점을 감안할 때 보도국 기자들의 제작중단 결의가 이번에도 총파업 등 또 다른 움직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기자들의 제작중단으로 MBC 내에서 제작중단에 동참하는 부서는 보도국까지 3개 국으로 늘었다. 지난달 21일부터 PD 10명이 제작중단에 들어간 은 3주째 결방 중이다. 지난 3일에는 시사제작국 소속 PD와 기자 22명이 제작진과 함께 제작중단에 나섰다. <사람이 좋다> 등을 제작하고 <출발 비디오여행> 등 외주 프로그램 10여개를 관리하는 콘텐츠제작국 PD 30명도 아이템 검열 등에 항의해 9일 제작을 중단했다.

제작거부 이외에도 MBC 조직 내 균열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날 MBC 뉴미디어뉴스국은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 의심 문건에 이름이 오른 기자들의 피해 사례를 상세히 담은 영상물을 제작해 공식적으로 공개했다. MBC 사측이 블랙리스트와 경영진의 연관성을 부정하고 있는 상태에서 내부 구성원들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셈이다.

2012년 파업에 동참한 아나운서 11명이 떠났던 아나운서국에서는 이날 김소영 아나운서가 퇴사했다. 김나진 MBC 아나운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소영 아나운서는 아나운서국에 있지만 방송을 못하게 해 회사를 떠난 12번째 아나운서”라며 “어두운 곳에서 고초만 겪다 떠났기에 더더욱 미안하다”고 적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8102209015&code=940705&nv=stand&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row1_1#csidx9342f6f763405eda00dc6c2cfd506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