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박상륭 선생의 소설 '죽음의 한 연구'를 읽다가 깊은 자괴감에 시달리던 일이 생각납니다.
문학평론가 김현 선생이 1970년대 초반에 쓰인 최고의 소설이라고 칭찬한 작품이었지만 제겐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작품의 어려움은 박상륭 선생에 대한 존경과 호기심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대개 몇 갈래로 분류할 수 있는 한국 문학인들 사이에서 박 선생님은 저만치 떨어져 선 큰 나무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선생이 먼 캐나다에서 지난 1일에 타계하셨다고 합니다. 큰 별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죽음의 한 연구'를 읽어야겠습니다. 선생님, 부디 편히 쉬소서!
아래에 한국일보의 관련 기사를 옮겨둡니다.
‘문인들이 사랑한 소설가' 박상륭 별세
대표작 '죽음의 한 연구' '잡설품' 등 남겨
깊은 종교적 사유를 소설에 담아 ‘문인들이 더 사랑한 소설가’라 불렸던 박상륭 작가가 지난 1일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고인은 대장암으로 오랜 투병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향년 77세.
13일 문단에 따르면 고인은 캐나다에서 별세했고, 장례 절차를 마무리한 부인이 국내 지인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면서 부고가 뒤늦게 전해졌다.
1940년 전북 장수에서 태어난 고인은 어렸을 적부터 문학에 심취해 수백편의 습작시를 짓기도 했다. 1961년 서라벌예대 김동리(1913∼1995) 선생 밑에서 이문구(1941∼2003) 소설가와 함께 문학을 배웠다. 성경의 유다를 도발적으로 해석한 1963년 등단작 ‘아겔다마’ 때부터 종교 냄새가 물씬 풍기는 독특한 작품들을 발표했다. 한 젊은이의 치열한 40일간 구도 과정을 그린 1973년작 ‘죽음의 한 연구’는 ‘박상륭 문학’의 정수로 꼽힌다. 4부작 소설 ‘칠조어론’, 장편 ‘잡설품’ 등도 대표작이다.
문인들은 철학적 깊이와 끝없이 이어지는 문장의 리듬감 때문에 고인의 소설에 열광했으나 대중적으로 환영 받지는 못했다. 대중들은 간략하고 감각적인 문장을 선호한 데 반해, 고인은 어려운 철학적 주제를 길고도 어려운 문장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고인은 “서구 문학과 달리 우린 길게 쓰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http://www.hankookilbo.com/v/bccc78259cdd497aa4580ceda8ac7d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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