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제일 어두운 시각은 해 뜨기 직전이라는 말이 있는데, 여름날 중 제일 더운 날은 입추 전날이 아닐까
합니다. 내일이 입추입니다.
오전에 잠깐 비가 내리기에 좋아라 했지만 금방 그치고 양양한 햇살이 피부를 찔렀습니다. 그래도 일요일은 어머니를 뵙는 날, 햇살 속으로 용감하게 나갔습니다. 어머니가 사주시는 팔보채를 먹고 카페라테를 마시니 더위가 남의 얘기 같았습니다. 음식점도 카페도 시원했거든요. 시원한 곳에서 더운 곳에 있는 사람들, 있어야만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미안했습니다.
오늘 아침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tbs FM95.1MHz)'에서는 더위로 고생하는 분들과, '환영받지 못하는 어린이'들과, '어머니'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더위는 모든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만 특히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괴롭힙니다. 농부, 어부, 배달원, 공사장 인부, 환경미화원 등 사람 사는 세상을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람들이 뙤약볕에서 움직여주는 덕에 다른 사람들이 편하게 살 수 있으니, 그분들에게 늘 감사합니다.
박혜은 맥스무비 편집장과 함께 하는 '영화 읽기'에서 소개한 영화 중에선 지난 수요일에 개봉한 '택시운전사'가
보고 싶습니다. 이 영화는 1980년 5월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광주로 태우고 갔던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의 얘기를 보여줍니다.
역사적 사건은 가끔 평범했던 사람을 영웅으로 만들기도 하고 악마로 만들기도 합니다. 광주 민주화운동은 평범한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의 내면에 가라앉아 있던 양심과 동료 인간에 대한 사랑이 어떻게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또
그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준다고 합니다. 위르겐 힌츠페터는 당시 광주에서의 취재로 2003년에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했으나 투병 끝에 2016년 1월 79세를 일기로 타계했습니다. 유언에 따라 그의 유해 일부와 유품이
광주 옛 5.18 묘역에 안치됐다고 합니다. 그는 평생 김사복 씨를 만나고 싶어 했지만 만나지 못했고, 영화 말미에
김사복 씨를 만나고 싶다는 힌츠페터의 영상 편지가 나온다는데, 지금이라도 김사복 씨가 나타나주면 우리 국민
모두들 반가워할 것 같습니다.
권태현 출판평론가와 함께 하는 '책방 산책'에서는 독일 작가 클라우스 미코슈의 어른을 위한 동화 <리틀 붓다,
행복을 찾아서>와, 예일대 신경과학과 이대열 석좌교수의 <지능의 탄생>을 읽었습니다. <리틀 붓다...>에서는
장사가 안 되어 고민하는 상인 얘기가 재미있었습니다.
장사가 안 되는 이유는 상인이 행복하지 않아서이니 평소에 하고 싶었던 글쓰기를 하라는 게 리틀 붓다의 조언이었다고 합니다. 상인이 그렇게 하자 점차 행복해졌고, 행복한 상인에게 끌린 손님들이 가게를 찾게 돼 장사도 잘 됐다는 것이지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는 생각... 미소를 자아냅니다.
<지능의 탄생>에서는 인공지능에 관한 얘기가 생각할 거리를 제공했습니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생명지능이 되려면 유전자를 자기복제하는 과정을 실행해야 하는데 지금 인공지능의 역할은 그게 아니다, 인공지능은 부분에 국한되고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므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는데, 과연 저자의 낙관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도 '인공지능을 스스로 복제하는 형태로 개발해서는 안 되고 인간의 필요에 따라 역할을 분담해주는' 방식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고 합니다.
'문화가 산책'에서 소개한 전시회 중에선 예술의 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중국의 피카소' 치바이스의 전시회에 가 보고 싶습니다. 1860년 중국 후난성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치바이스는 몸도 약해 농사일조차 할 수 없어서 목공 노릇을 하다가 예술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의 전시회 제목이 '치바이스: 목장에서 거장까지'가 된
이유입니다. 그는 시서화, 조각, 전각, 서예 등 모든 장르에 능통했으며, '근대문인화의 대부'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전시가 10월 8일까지 계속되니 적어도 한 번은 가야겠습니다.
오늘 '즐거운 산책...' 은 '호박하다'라는 단어로 마무리했습니다. 지난 주에 소개한 '오이하다(충고가 귀에
거슬리다)'의 '오:이'는 먹는 '오이'와 다르게 길게 발음해야 하지만, 오늘 소개한 '호박하다'의 '호:박'은 먹는
'호:박'과 마찬가지로 길게 발음합니다. '호박하다'의 뜻은 '크고 넓다'이니 다시 어머니의 은혜와 사랑이
생각납니다.
아래에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제 글 '노키즈존(No Kids Zone)'을 옮겨둡니다. 오늘 첫 노래는 송창식 씨의
'딩동댕 지난 여름'이었고 마지막 노래는 독일 밴드 스콜피언즈의 'Invisible'이었습니다. 오늘 들려드린 노래의
명단은 tbs홈페이지(tbs.seoul.kr) '즐거운 산책...' 방에서 볼 수 있습니다.
노키즈존
조용한 분위기에서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러 갔다가
큰소리로 떼쓰거나 뛰어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서둘러 나오는 일이 있는데요,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어린 손님을 받지 않는
식당과 카페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스스로 ‘노키즈존(No Kids Zone)’ 즉
‘어린이 출입 금지 구역’이 되는 것이지요,
‘노키즈존’은 서울에서 시작돼
다른 지역으로 퍼지고 있는데,
아이 엄마들은 불평합니다.
‘아이 낳는 게 애국이라며 왜 아이를 차별하느냐?‘
‘아이에게도 인권이 있는데 왜 아이를 거부하느냐?’
엄마들의 불평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들이 잠시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왜 전에는 없던 ‘노키즈존’이 생기는 건지,
왜 사랑받던 아이들이 거부당하는지...
아이에게 공적인 장소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절을 가르친 적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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