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깨지기 쉬운 달걀과 같다는 걸 전쟁을 겪어본 사람들은 잘 압니다. 오늘은 6.25전쟁이 일어난 지 67년이
되는 날입니다. 2차 세계대전 후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나 세계인의 뇌리에서 잊혔다 해서 'Forgotten War'로 불리는 6.25전쟁, 그러나 적어도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아니 잊으면 안 되는 전쟁입니다.
1950년 6월 25일 전쟁 발발 당시 다섯 살이었던 아이가 일흔두 살 노인이 된 오늘, 젊은이들 중엔 이 전쟁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전쟁을 막는 힘은 역사를 아는 데서 나온다니 이 전쟁을 비롯한 20세기 한국역사에 대해서도 좀 알아야겠지요.
오늘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tbs FM95.1MHz)'에선 6.25전쟁과 '달걀'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전쟁이 인류를 끝장내기 전에 인류가 전쟁을 끝장내야 한다'고 말했다지만, 인류는 아직 전쟁 중입니다. 21세기에 들어선 지 17년, 세계 곳곳에선 테러와 내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국가들이 평화협정을 맺어 전쟁을 끝장낼 수는 없을까, 6.25전쟁을 중지시킨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 한반도에서만이라도 전쟁을 막을 수는 없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박혜은 맥스무비 편집장과 함께 하는 '영화 읽기'에서 소개한 영화 중엔, 갈수록 강력해지는 SNS의 세상을 배경으로, 소위 '투명한' 사회의 장점과 사생활의 필요성, 그 두 가지의 균형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 '더 서클'이 관심을 끌었습니다.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다크 하우스'를 추천했습니다. 이 영화는 여러 해외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영화라고 합니다.
권태현 출판평론가와 함께 하는 '책방 산책'에서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아연 소년들>과, 오한진 씨의
<내 몸을 살리는 호르몬>을 소개했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알레시예비치는 이 책을 쓰기 위해 4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곳곳을 돌며 참전 군인들을 만났고, 전사자들의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500 번이 넘는 인터뷰를 했다고 합니다. 제목이 <아연 소년들>이 된 것은, 전쟁터에 나가 죽은 소년들이 아연관에 담겨 돌아왔기 때문이라고
하니, 제목만 보아도 이 책의 지향점이 보입니다.
텔레비전 출연으로 잘 알려진 오한진 박사는 자신의 책에서 호르몬의 적당한 분비를 위해 여러 가지 처방을
제시하는데, 그 중에서도 '설탕과 소금은 호르몬을 지치게 한다'는 말이 기억납니다. 요즘 외식을 하다 보면 너무
달거나 짠 음식을 파는 집이 참 많습니다. 식당을 하는 분들, 식당을 이용하는 분들, 모두 마음에 새기어 호르몬
교란으로 심신이 피폐해지는 걸 막았으면 좋겠습니다.
'문화가 산책'에서 소개해드린 소식 중에 국립국악원의 '우면산 별밤축제'가 있었습니다. 달마다 다른 프로그램으로 9월 23일까지 계속되는 축제, 국립국악원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확인하시고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입장료는 무료이나 선착순 천 명만 입장 가능하다고 합니다.
'즐거운 산책...' 말미에 소개해드린 우리말은 '다복다복하다'였습니다. '풀이나 나무 따위가 아주 탐스럽게 소복한 상태'를 '다복하다'고 하는데, 그런 상태가 여기저기에 있을 때는 '다복다복하다'고 합니다. 아래에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제 글 '달걀'을 옮겨둡니다. 오늘 들려드린 음악 명단은 tbs홈페이지(tbs.seoul.kr)의 '즐거운 산책' 방
'선곡표'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달걀
달걀 한 알에 백 원도 안 되던 시절엔
‘달걀찜 무한리필’을 내건 식당도 있었지만
조류독감으로 무수한 닭이 생매장되며
달걀 값도 올랐습니다.
달걀을 수입해 값을 낮춘다지만
먼 데서 온 달걀을 의심쩍어 하는 사람이 적지 않고,
이런 상황에서 굳이 달걀을 먹어야 하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참에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제를 이용한 공장식 축산을
자연 방목 축산으로 바꾸자는 목소리도 높은데요,
생달걀 먹는 것을 좋아하는 일본에는
한 알에 몇 천 원인 달걀도 있다지만
우리나라에선 아무리 좋은 친환경 달걀도
한 알에 천 원이 되지 않습니다.
닭을 괴롭혀 얻은 달걀 열 개를 먹는 대신
행복한 닭이 낳은 달걀 하나를 먹으면
‘무한리필’로 인한 과식이 사라지고,
사람들도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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