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이쪽 세상에서 저쪽 세상으로 건너가는 다리 같은 것...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하고 나서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기 전 책을 펼칩니다.
요즘 읽는 책은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의 <연민>입니다.
가끔 연민 때문에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성격이라 이 책이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연민보다는 마음을 따라 행동하는 것이 옳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이 책에 쓰인 약력을 보니 츠바이크는 1881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잘츠부르크에서 살았습니다.
나치의 탄압을 피해 런던, 미국, 브라질 등에서 망명생활을 하다 2차세계대전 중이던 1942년
부인과 함께 자살했습니다.
<연민>을 번역한 이온화 박사에게 감사합니다. 그이 덕에 이 책을 우리말로 편하게 읽었습니다.
아래에 이 책의 주인공 중 가장 현명하다고 할 수 있는 의사 콘도르의 말 일부를 옮겨둡니다.
책의 문장을 옮겨두면, 책을 읽지 않고 읽은 척 하려는 사람들에게 이용되고
그들의 위선을 습관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지만 그것은 그들의 문제이며,
저로선 가끔 이 문장을 상기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 빌어먹을 연민은 양면이 모두 날카로운 칼입니다. 그걸 잘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은 연민에서 손을,
아니 마음을 놓아야 합니다. 연민은 모르핀과 같습니다. 처음에만 환자를 위한 위로이고 치료제이며
약이 되지요.
그러나 이걸 정확하게 조제할 줄 모르고, 적당한 시기에 멈출 줄 모르면 독약이 되고 맙니다. 처음에
한두 번 맞으면 통증을 진정시키고 마비시켜 기분을 좋게 만들죠. 그러나 육체나 영혼이나 우리의 기관은 불행하게도 놀라운 적응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경이 점점 더 많은 양의 모르핀을 훤하듯 감정도 점점
더 많은 연민을 원하게 되고 결국에는 당신이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어쩔 수 없이 당신의 입으로 '안됩니다'라고 말해야만 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리고나서 상대가 당신을
이제껏 한 번도 자기에게 도움을 준 적이 없는 사람보다도 더 증오하게 된다 해도 마음쓰지 말아야 하는
그런 순간이 옵니다. 친애하는 소위님, 우리는 연민을 제대로 관리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관심보다도 더 나쁜 해를 끼치게 됩니다. 우리 의사들은 그것을 알고 있고, 판사와 경찰과 전당포
주인까지도 그걸 압니다. 그들이 모두 그 연민에 양보하려고만 든다면 우리의 세상은 멈출 것입니다.
위험한 것이지요. 연민은 위험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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