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옥상과 '젊은 느티나무'(2016년 4월 24일)

divicom 2016. 4. 24. 11:40

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FM95.1MHz)'에서는 '옥상'에 대해 생각해보고, Celine Dion의 'A New Day Has Come', the Drifters의 'Up on the Roof', Ella Fitzgerald 의 'Black Coffee' 등 좋은 노래들을 들었습니다. 3부 시작할 때는 이광조 씨의 '꿈 속의 사랑'을 듣고, '고전 속으로'에서는 강신재 선생의 '젊은 느티나무'를 읽었습니다. 집 앞에서 선 느티나무에 작은 잎들이 돋아나더니 어느새 연두빛 안개를 이루어 나무 저편의 아는 얼굴이 아스라합니다. 


'젊은 느티나무'는 숙희라는 여고생이 새아버지의 아들인 현규라는 대학생을 좋아하는 얘기입니다. 소설의 앞부분만 읽으면 숙희의 짝사랑 같지만 끝까지 읽어보면 현규도 숙희를 좋아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강신재 선생은 1924년 생으로 1949년 김동리의 추천으로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문학의 길에 들어섰고, 2001년 돌아가실 때까지 소설, 시, 수필 등을 열심히 쓰셨습니다. '젊은 느티나무'는 1960년 사상계 1월호에 발표한 단편소설인데, 지금 읽어도 오래 전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여류'라는 말을 싫어한 뛰어난 작가였던 강신재 선생이 '여류'라는 접두어가 유행하던 시절을 어떻게 살아내셨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느티나무 덕에 오랜만에 강신재 선생의 소설과 수필 여러 편을 읽으며, 그분과 제가 나눠가진 사회적, 시대적 불합리를 생각했습니다.


'오늘의 노래'는 노사연 씨의 '바램'이었고, 마지막 노래는 David Bowie의 'Let's Dance'였습니다. 보위는 지난 1월 숨졌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살아 우리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지난 목요일(21일)에는 천재 뮤지션 프린스(Prince)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마이클 잭슨과 함께 20세기 대중음악계를 주름잡던 프린스, 잭슨만큼 춤을 잘 추진 못했지만 가장 혁신적인 생각을 하던 음악가, 삼가 그의 명복을 빕니다. 오늘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에서 들려드린 전곡 명단은 tbs 홈페이지(tbs.seoul.kr)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 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옥상'을 옮겨둡니다.


옥상

 

높은 건물 옥상에서 낮은 옥상을 바라봅니다.

어떤 옥상엔 꽃과 나무가 자라고,

어떤 옥상엔 옥탑방이 있는데요,

 

옥상은 더울 땐 더 덥고 추울 땐 더 추우니

식물에겐 괜찮지만 사람이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적당한 주거를 구하지 못한 젊은이가

청년인구의 20퍼센트를 넘고, 그들에겐

옥탑방과 고시원밖엔 갈 곳이 없으니

옥상에 방을 만드는 집이 늘어납니다.

말 그대로 지붕 위에 지붕을 얹는옥상옥(屋上屋)이지요.

 

옥상옥은 또 필요 없는 일을 이중으로 하거나

쓸데없이 덧보태는 것’...

높은 자리 위에 더 높은 자리를 만들어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사람들 사이의 옥상옥을 없애면

건물 옥상의 방도 줄일 수 있을까요?

옥상은 꽃과 나무에게 내주고

사람들은 모두 옥상 아래 진짜 방에서 사는 날,

무엇을 어떻게 해야 그날이 오게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