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4.13선거와 레너드 코헨(2016년 4월 10일)

divicom 2016. 4. 10. 17:16

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에서는,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의 노래 'Democracy

(민주주의)' 등 좋은 노래들을 듣고, 공원묘지 풀밭의 '머리끈'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돌아오는 수요일은 20대 국회의원선거일이자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기념일입니다. 1919년 3.1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일제에 빼앗긴 국권을 되찾기 위해 수립했던 임시정부... 민주공화제 정부로서 독립운동의 구심점이 되었습니다.


이 나라는 만 35년 일제강점기를 거쳐 힘겹게 세운나라입니다. 투표는 이 나라의 오늘과 내일을 결정하는 일이니 

꼭 해야 합니다. 좋은 후보가 없으면 '덜 나쁜 후보'에게라도 투표해야 합니다. 레너드 코헨의 'Democracy'는 7분이 넘는 노래라 다 들려드리진 못했습니다. '그것(민주주의)은 거리의 슬픔에서 오고, 여러 인종이 만나는 성스러운 곳에서 온다... 증오의 돌풍과 욕심의 암초들을 지나 항해하자...' 바위의 목소리 같은 코헨의 저음을 타고 흐르는 시가 참 아름다웠습니다. 코헨은 2014년 여든살 생일 다음 날 13번 째 정규앨범을 냈다고 합니다. 이번 선거에는 60세 이상의 유권자가 그 어느 선거보다 많다고 합니다. 나이 든 유권자들이 바르게 투표하여 '나이는 지혜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증명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역사로 보는 문화 세상'에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대해 생각해보고, 긴 타향살이를 끝내고 2011년 이맘 때 한국으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중국 도서로 분류된 채 잊히고 있던 외규장각 의궤를 찾아내어 조국에 가져 오기 위해 헌신했던 박병선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선생님은 의궤가 돌아오고 몇 달 후 2011년 11월에 돌아가셨습니다. 외규장각은 서울에 있던 왕립도서관 규장각의 부속 도서관으로, 정조가 강화도에 설치해 의궤(왕실과 국가의 주요 행사 내용을 정리한 문서)를 비롯해 천 여 권의 서적을 보관했다고 합니다. 


'작은 역사'의 또 다른 주인공은 '인간은 자유롭도록 저주받았다'고 했던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

(Jean Paul Sartre)였습니다. 사르트르는 1980년 4월 15일 7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는 1929년에 '계약결혼'을 했는데, 계약의 내용은 '서로 사랑하고 관계를 지키되 각기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을 허락한다.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고 아무 것도 숨기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독립한다', 즉 '사랑하되 자유롭게'로정리될 수 있습니다. '사랑하되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3부 '고전 속으로'에서는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Juskind)의 <비둘기>를 읽었습니다. 한때는 평화의 상징이자 마술사의 친구로 각광받던 비둘기가 '닭둘기'라는 놀림을 받는 천덕꾸러기가 된 지 한참입니다. 1980년대 후반 아시안게임과 올림픽대회에 맞춰 외국에서 들여다 방사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비둘기들... 토종 비둘기는 아주 소수라고 합니다. 전시 행정의 폐해가 얼마나 광범위하고 오래 가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요즘 비둘기 같은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옳고 그름에 신경 쓰지 않고 배 불릴 궁리만 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높이 멀리 날 수 있는 새라는 걸 잊고 쓰레기통을 뒤져 끝없이 먹으며 '닭둘기'로 전락한 비둘기와 닮았다는 것이지요. 다가오는 국회의원선거가 비둘기 같은 유권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소녀와 머리끈'을 옮겨둡니다. 오늘 들려드린 노래의 명단은 tbs 홈페이지 

(tbs.seoul.kr)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 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소녀와 머리끈

 

공원묘지 풀밭에 구슬 달린 머리끈이 떨어져 있습니다.

노랑 빨강 구슬이 연두 풀 사이에서 꽃처럼 예쁩니다.

 

누구의 머리에서 떨어졌을까?

성묘 왔던 소녀의 머리에서 떨어졌겠지?

이 끈을 고른 건 소녀일까 어머니일까?’

궁금증은 이내 불안으로 이어집니다.

혹시 모르는 사람에게 강제로 끌려온 건 아닐까?

소녀가 반항할 때 머리에서 떨어진 건 아닐까?

 

수사관의 눈으로 머리끈과 풀밭을 봅니다.

구슬이 깨끗한 걸 보니 머리끈이 떨어진 지 오래 되지 않았고

주변의 풀들이 꼿꼿하니 몸싸움의 흔적도 없습니다.

 

어쩜 소녀는 바로 조금 전 이곳을 다녀갔는지 모릅니다.

지금쯤 울면서 머리끈을 찾고 있을 수도 있고,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내 머리끈!’ 할 수도 있습니다.

아버지나 어머니의 손을 잡고 머리끈을 찾으러 올 수도 있겠지요.

 

소녀가 꼭 다시 이곳을 찾아오면 좋겠습니다.

무덤 안팎의 사람들이 반갑게 해후하듯

소녀와 머리끈도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